“대학생 여러분 남들과 같은 스펙보다 자신만의 색깔의 무언가를 만드세요.”
“저희 회사는 여러분의 학력보다 열정과 가능성을 봅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느라 자신이 할 것을 놓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내세요.”
 
취업 강연을 들으러 가면 강연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줄줄이 하면서 조금이라도 취업전쟁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대학생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달콤한 말을 한다. 그리고 '그래 나정도면 도전해볼만 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도록 용기도 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취업준비에 힘들고 지친 대학생들이 듣고 싶은 말로 재해석하여 단면적인 이해를 한 것이었다. 면접에서 면접관과 지원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면접관이 지원자를 파악하는 시간은 달랑 30초 남짓.
 
30초에 수많은 취업준비생, 대학생에게 강연자가 말해오던 남들과는 다른 나, 나의 색깔을 어떻게 보여준다는 말인 걸까. 30초에 무엇을 보고 나에 대하여 판단을 하는 것일까.
 
강연자가 말하던 그 많은 말들 속에 내포되어있는 의미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당신과의 대화를 통하여 당신의 가치를 보겠습니다.’가 아니라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기본으로 더 눈길을 끌만한 무언가가 있으면 우리 회사는 당신을 뽑을 생각이 있습니다.’ 이었던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면접 장소에서 내 옆에 앉아있는 경쟁자 보다 조금 더 나은 대학, 학점, 높은 토익 점수 등 여러 가지로 가득 찬 화려한 이력서였던 것이었다.

“될지 안 될지 고민하지 말고 일단 도전하세요.”
 
이 말은 다시 말하자면 '도전은 자유지만 우리는 이러한 기준선에 도달하지 않는 당신의 이력서는 읽지도 않고 쓰레기통으로 향합니다. 그러니 더 열심히 준비해오세요.’라는 말을 그저 보기 좋게 용기를 내라는 위로의 말로 포장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많은 대학생들이 내가 원하는 일을, 회사에 가기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자하는 업무위치에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토익은 기본이니까’, '요새 이것도 기본이라던데’ 라는 말에 휩쓸려 뒤처지지 않고 얼른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만 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다 다른 목적으로 대학을 가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하여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력서를 보면 다 비슷비슷한 자격증 등으로 채워 넣어서 제출하고 있다.
 
이것이 정말 다양한 인재를 뽑는데 좋은 방법일까.
 
입시 전쟁을 치룰 때만 해도 선생님은 늘 우리에게 대학만 가면 너희는 자유롭게 학교를 거닐고, 시간표를 짜고 여유로우니 지금과 다르게 하고 싶은걸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듯이 말하면서 힘들었던 그 때를 버티도록 만들었다.
 
취업을 위하여 이렇게 밤을 지새우며 준비하고 고민하고 괴롭게 만들지는 남들이 다 가는 학원이니까 유행처럼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
 
그저 자유를 얻은 여유로운 대학생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에 도착하고 보니 늘 말하던 자유로운 대학생의 삶이란 스펙을 위한 학원을 가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력서에 한 칸이라도 더 넣을 수 있는 것을 만드는 대신 빈칸으로 낼지 선택하는 자유를 말한 것이었다.
 
무엇을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선택해야 할 답은 뻔해 진 것이다. 기업에서는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이런 뻔하고 똑같은 선택을 하며 같은 스펙을 만들어 오지 않도록 지원자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어야 한다.
 
실패와 다양한 경험을 한 지원자에게 그냥 대학졸업하고 이력서를 쓴 지원자와 같이 '회사에 지원한 동기가 무엇인가요.’라는 뻔하고 똑같은 질문대신 여러 경험을 통하여 얻은 것이 무엇인지, 실패의 원인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물어서 그 사람의 책임감이나 생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그 사람의 가치를 파악하려고 할 때 다 똑같은 것들로 가득 채워진 이력서를 가진 지원자 대신 여러 가지 경험과 그를 토대로 얻은 능력이 있는 지원자를 마주 할 수 있을 것이다.
 

곽보라|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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