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살다 살다 헤드헌팅이 ‘밀실채용’이란 소리는 처음 듣는다. MBC의 경력 기자 채용을 놓고 한국기자협회가 떠든 헛소리 얘기다. 헤드헌팅은 일반 기업에서도 흔하게 쓰는 채용방식이다. 기업들은 헤드헌팅을 통해 각 분야의 고급 인력, 전문 인력을 영입해 최적의 인재를 쓴다. 헤드헌팅을 통해 영입된 인력들은 당연히 그 분야의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는 우수인력일 수밖에 없다. 한국기자협회 보도에 따르면 MBC는 조만간 입사 예정인 3명을 포함해 올해에만 경력 10~20년차 경력직 기자 8명을 채용했다. MBC 보도국의 “비판적인 성향” 기자들을 내몰고 헤드헌팅을 통해 영입한 인력들을 보도국에 배치하려는 음모가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MBC 측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없더라도 MBC의 채용방식은 다양화되어야 하고 보도국 역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게 필자와 같은 공영방송 개혁론자들의 생각이다. KBS, MBC 등 이들 공영방송사의 온갖 적폐의 원인이 바로 획일화된 채용방식에서도 비롯되기 때문이다.

MBC 언론노조가 파업하면 그들의 기관지인 미디어오늘과 같은 곳에서 상투적으로 보도하는 게 몇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몇 기 몇 기 기자들이 반대·저지·비판 성명을 냈다는 투의 내용이다. “막내 기자들도 ~를 비판했다”와 같은 내용도 흔하다. MBC 공채 출신의 기수로 묶인 이들은 자부심이 강한 만큼 집단적 선민의식과 우월의식으로 곧잘 드러나고 강한 결속력으로 나타난다. 그것이 MBC 보도의 질적 향상이나 프로그램의 우수성 등으로 긍정적인 효과로만 드러난다면 좋겠지만 그만큼의 부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경영진이나 사회를 향해선 누구보다 민주적 질서를 요구하며 비판하는 이들이지만 정작 이들 언론노조는 선후배 관계도 대단히 경직돼 있고 억압적이다. 단적인 예가 지난 2012년 노조 파업 때 배현진 아나운서가 폭로했던 노조 내의 집단적 규율 문제와 폭력이었다. 군기를 잡겠다며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져도 이들은 개인보다 조직의 논리를 우선해 덮기에 급급했다. 그런 폭력적 분위기에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던 게 또 노조의 일반 구성원들이었다.

초등학생도 부끄러워 할 한국기자협회의 수준 낮은 MBC 비판 논리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에 대해 설령 다른 생각을 가졌어도, 보도와 기사에 대해 조금만 이견을 보여도 언론노조 조직은 그런 다양성이 표현되기 어려운 구조다. 민주노총 산별 노조인 전국언론노조의 방송사 지부노조 소속으로서 현재의 야당에 유리하고 여당에 불리한 논조에 동의하지(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설령 조금 생각이 다르더라도 조직의 뜻을 문제 삼아선 안 되며 최소한 침묵해야 한다. MBC 언론노조가 만일 민주적이고 각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며 다양성이 허용되는 조직이라면 지금과 같은 모습일 수가 없다. MBC 아나운서를 포함한 언론노조의 억압적 분위기는 그동안 노조가 직접 보여준 여러 사례에서도 증명되지만 이 조직을 탈퇴했던 배현진 아나운서의 폭로에서도 잘 드러난다. MBC보도국은 그동안 이런 폐쇄적이고 집단의식으로 똘똘 뭉쳐있던 언론노조원에 의해 사실상 지배당해왔으며 2012년 파업 이후에야 비로소 경영진에 의해 아주 미약하나마 조금씩 개선돼 왔던 것이다. 이게 바로 “비판적인 성향의 기자들을 몰아내려 한다”는 주장의 실체다. 그동안 반여 성향의 기자, 기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선동가로 불리는 게 정확한 이들로만 채워졌던 보도국을 다양한 생각과 합리적 판단을 할 줄 아는 진짜 기자들로 채우려는 게 ‘밀실 채용’이고 ‘물갈이’라면 백번, 천번 그래야 마땅하다.

MBC가 헤드헌팅을 통해 채용하면서 사상검증을 했다는 주장도 헛소리에 불과한 건 마찬가지다. 기업이 자신들의 경영 목적에 맞게 직원을 채용하는 건 정상적이다. MBC 보도국의 다수가 언론노조 조직 논리에 갇혀 있는 기자들이다. MBC 보도의 다양성을 위해선 ‘반여 친야’ 논조를 일방적으로 강요받는 기자들로 채워진 보도국의 인적 변화는 당연한 일이다. MBC가 경력직 기자들을 채용하면서 그 부분을 반영하는 건 사상검증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채용절차다. 그게 사상검증이라면 MBC 언론노조야 말로 사사건건 MBC 보도를 ‘반여 친야’ 틀에 맞춰 비판하는 사상검증의 달인들이 아닌가? MBC 기자들은 몽땅 ‘반여 친야’ 여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정상적인가. 요즘 초등학생들도 그런 황당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한국기자협회쯤이나 되는 단체가 그런 수준 낮은 이야기를 꺼낸데 대해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언론노조 권력이 하늘을 찔렀던 노무현 정권의 ‘좋은 시절’ 은 다시 오지 않는다

한국기자협회가 MBC가 계속해서 경력직 기자들 등 인원 충원을 하는 데 대해 “경영 적자인 마당에 인건비 높은 경력직 채용이 왠말이냐” 식의 주장을 하는 것도 실소가 나오긴 마찬가지다. MBC 기자회ㆍ기술인협회ㆍ방송경영인협회ㆍPD협회 등 7개 직능단체들도 지난 5월에 “창사 이래 전례 없는 채용”이라며 “경영진은 경영 악화를 운운하면서 밀실 채용을 강행하고 있다. MBC의 앞날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해사행위’”라고 비판했단다. 숱한 파업 뿐 아니라 2012년 파업으로 인해 광고 매출이 급락하고 경영 뿐 아니라 MBC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 존폐의 위기에 서게 했던 MBC 언론노조에겐 한마디도 않던 한국기자협회가 경영 적자 운운하며 MBC를 비판할 일은 아니다. MBC가 만일 다시 2012년 파업 위기를 겪는다면, 기자들이 기사를 쓰지 않고 다들 뛰쳐나가 선동하느라 일할 사람이 없어 존폐 위기를 겪는다면 그 책임은 한국기자협회가 질 건가? 같은 기자라고, 조직이라고 협회가 무조건 편을 들 일이 아니다. 그동안 MBC의 앞날과 시청자 국민은 아랑곳없이 조직이기주의와 진영논리로 똘똘 뭉쳤던 건 경영진이 아니라 언론노조였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

MBC의 조직개편과 인력 충원을 놓고 언론노조와 이들의 친위부대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매체들이 계속 비판하고 있다. 과거 언론노조의 모순과 극도의 패거리 의식, 진영의식을 국민이 잘 모르던 시절엔 그들의 논리가 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기득권화, 권력화 된 언론노조도 MBC, KBS 경영진과 마찬가지로 감시받고 비판받는 시대다. 언론노조의 기대대로 후에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언론노조는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처럼 방송을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선전, 선동 도구로 소유할 수 없다. ‘좋은 시절’은 갔다는 시대의 변화를 노조도 읽고 받아들여야 한다. 언론노조가 진영을 떠나 진정한 언론인으로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권력 견제를 할 수 있는 자정기능을 갖추는 것이 국민적 바람이고 시대의 요구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언론권력을 쥔 천하의 언론노조라고 해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순 없다. 변화와 반성을 거부하는 수구적 집단은 결국 망하는 길 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 이들이 바로 언론노조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진리를 깨닫고 이제야 자체 변화하기 시작한 MBC의 거대한 개혁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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