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을 필리핀에 살면서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 것이 한 두 번은 아니지만, 절실하게 느낄 때가 있다. 아파서 병원을 갈 때.. 한국에 살면서 의료보험의 테두리에 살며 기침만 해도 병원에 가는 우리는 잘 모르지만, 필리핀의 사람들은 엄청나게 비싼 비용 때문에 병원 갈 엄두를 못낸다. 게다가 더운 날씨와 기름진 식생활로 인해 성인병은 달고 살며 그들 나름대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음식들의 노력이 있겠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필리핀 사람들의 먹거리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그들만의 노력을 이번 필리핀 농.식물 박람회에 참관하여 살펴 보기로 했다. 

 

매년 열리는 이 박람회는 필리핀의 식생활과 고가의 병원비를 대체할 민간 요법에 쓰이는 허브 등을 둘러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10월 9일부터~11일까지 4일간에 걸쳐 필리핀 무역센터(Philippine trade center)에서 진행되었다. 허브 오일 제품을 가지고 박람회에 출품하고 있는  필리핀의 오래된 친구가 초청하여 이틀째인 10월10일에 참관하게 되었다.

박람회라기 보다는 한국의 장터 느낌이 나는 전시회였지만 필리핀 종사들은 상당히 활기찬 모습으로 다향한 모습의 판촉과 광고에 열을 띄었다. 아무래도 축산쪽의 사료회사들의 거대한 프로모 행사로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었다.

한참을 필리핀 프로모걸의 쇼를 구경하고 본격적으로 전시장으로 들어가서 농수산물의 상품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의 관심 분야인 웰빙 관련 건강 제품들과 유기농 제품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선 필리핀은 코코넛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더운 나라의 야자수라 생각하지만 필리핀의 코코넛은 그야 말고 생활이고 생명이라 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에 나오는 뿌리서부터 열매까지 자근자근 생활 속에 사용 하고 있다. 특히 열매는 음료로도 사용하며 속안의 하얀 부분은 기름도 짜고 케익도 만드는 중요한 재료이기도 하다.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는 갈아서 동물 사료로 사용한다. 또 남은 박은 태워서 숯으로 사용한다. 그야 말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나무이지 않은가? 

 

하여, 부가가치를 높여 발전한 모습의 제품이 나와 있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중에서도 코코넛 설탕(coconut sugar)과 코코넛 식용 오일이 눈에 띄었다. 특히 코코넛 설탕에 대해서는 당도가 없는 단맛으로 필리핀 만연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직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웰빙 식품으로서도 손색없는 제품으로 보였다.

혼자 둘러 보고 있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제품들을 돌아 보며 서로 논의를 하며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과 가장 친근한 제품으로 보이는 벌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벌꿀이라는 것에 대해 한국 사람처럼 건강 식품이라는 개념이 없어 좀 의아하게 생각하며 둘러 보았다. 역시 필리핀에는 양봉을 하며 벌꿀을 대량으로 생산하지는 않고 거의 자연산 꿀이 대부분이었고 가격도 자연산 벌꿀 치고는 저렴한 편이었다. 

시음을 해보니 향은 별로 나지 않았으나 진하고 약한 신맛이 나는 건강한 맛처럼 느껴졌다. 또한 피노이(필리핀 사람)에게는 생식품이 되어 있는 ‘칼라만씨(calamansi)’ 주스를 곁들여 마셔보았다. 숙취가 날라가는 상쾌한 맛으로 기분까지 좋아졌다. 칼라만씨는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레몬 티톡스 보다 비타민C가 10배 많다고 하던데.

 

필리핀도 요새 유기농(organic)이라는 말이 유행이 되어 버렸다. 특히 허브 제품들은 유기농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이 다반 수이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일반 필리핀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자연 약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예전에 경험한 일인데 직원 중에 해외 노동자를 지원한 아이가 있었는데 건강검진에서 당이 좀 높다고 하여 ‘암빨라야(ampalaya/여주)’라는 필리핀에서는 쉽게 보는 야채 비슷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몇 일 동안 갈라 먹고 건강 검진에 통과한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정도로 필리핀 사람들의 허브에 대한 사랑과 믿음은 그만큼 절실하고 강한 것 같다.  한국사람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허브들도 있는데 노니를 비롯하여 모링가, 암빨라야, 구아바노등이 있지 않을까.

 

 필리핀에서 많이 생산되는 식품중에 한국 사람들에게 조금 생소한 것이 커피이다. 필리핀에서도 한정된 곳에서 생산은 되지만 세계 6대 커피 생산국이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커피나무가 심어진 나라도 필리핀이라고 한다. 커피 맛 또한 예전의 유명한 이멜다 여사 즐겨 마셨다는 진한 커피맛을 가진 바탕카스 커피는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에서 한때 인기가 있었던 사향 고양이 커피(alamid coffee)도 고가이지만 생산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거의 내수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잘 접해 볼 기회가 없었나 보다. 필리핀에 오실 때 기회가 되면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원두커피를 시음 해 보길 바란다.

 

이로서 장시간에 걸쳐 전시회를 둘러 보며 시음, 시식도 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지인에게 선물 할 몇 개의 제품도 구입하여 관람을 마무리하였다. 

이번 참관을 통해 필리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지혜를 찾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며 꽉 찬 하루를 보냈다.  

필리핀 / 윤호
Philppines/Jose Ho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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