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뒤늦게 국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되어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성과 회의중단 등 매우 익숙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국정감사가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처음으로 시도한 이른바 분리국감은 결국 없던 일로 되어버렸다.
 
특정기간을 정해 국회의원이 '갑중의 갑’임을 널리 상기시키고 피감기관을 상대로 경쟁적으로 매를 때리는 국정감사는 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을 부인하는 논의는 드물다. 국회는 입법과 예산심의를 핵심 업무로 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하려면 국정전반을 항상 살펴야 하는데 국회의원은 헌법 제 62조등에 의해 국무위원 등을 언제라도 부를 수 있고, 자료 요청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결함이나 비리가 발견되면 폭로도 할 수 있고 책임자를 불러 질책도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당연한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의원이 항상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을 마치 벼락치기 공부하는 학생처럼 왜 30일내의 짧은 기간을 정해 통상 30개가 넘는(상임위별 평균)피감기관을 굳이 한꺼번에 들여다보겠다고 할까?
 
국정감사는 헌법 제61조 ①항에 근거하여 제헌헌법부터 국회에 부여된 권한인데, 행정부 절대 우위의 권위주의 시대에는 일상적 감시의 한계를 고려하여, 부처 장관 등에게 위증시 처벌이 가능한 '증인’신분을 부여하는 등의 엄격한 형식을 갖추는 특정시기 감사가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권한 행사에 아무런 제약이 없고 일상적 행정부 감시가 가능한 민주화시대에 정쟁수단이나 정치 쇼로 변질되어 버린 국정감사를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정감사에서 언론보도, 감사원 감사, 통상의 의정활동 등에서 이미 제기된 문제가 재탕, 삼탕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번 모 사단장의 부하 성추행처럼 갑자기 관심이슈가 터지면 거의 모든 의원들이 이에만 집중하는 사례를 보면 국정감사의 특별하고 차별적 기능이 과연 있는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에는 국정감사와 함께 제헌헌법에는 없던 국정조사가 포함되어 있다. 국정조사는 1972년 유신헌법에서 없어진 국정감사를 대신하는 차원에서 1980년 개헌에서 처음 신설되었는데, 87년 개헌에서 국정감사를 부활하면서 국정조사도 그대로 두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헌법에서는 국정감사는 '국정일반’, 국정조사는 '특정사안’으로 그 개념을 구분하고 있는데, 국정감사의 운영상황을 관찰해 본 사람은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거의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가능한 일을 특정시기에 한다는 치명적 오류는 잠시 제쳐두고 보더라도,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국정전반을 살피고 그 중 발견된 중요한 문제들을 위주로 보고서를 채택하고 이를 시기상 바로 이어지는 예산심의나 추후 법 개정에 반영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국회의원들 다수는 국감장에서 특정한 문제를 폭로하거나 파헤치려는 일에 몰두하고 이를 당연시 여기고 있다. 수십 개 기관의 업무전반을 살피기에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한 마당에 국정감사에 기업인들을 비롯하여 민간인을 증인 등으로 부르려고 애쓰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와 같이 특정사안을 국정조사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단연히 민간인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야 하겠지만 국정감사는 여러 사안 중 특별히 집중하는 주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국정감사 법’ 제7조에서 규정한 '감사의 대상’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1987년 이후 헌법에 국정조사가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국정조사와 별 차이가 없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개헌의 기회가 있다면 국정감사 조항을 손을 보아야겠지만, 현행헌법에서도 과거와 달리 국정조사가 있는 만큼 국정감사를 반드시 지금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 관한 법을 국정조사와 명확히 구분되고 그 취지에 충실하게 만들어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된다.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 jpho@chol.com)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