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 기자]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잠적까지 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며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조선닷컴이 전했다. 새민연 원내대표로서 겪은 체험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 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어렵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언급하면서 박영선 의원은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는 가능한 한 빨리 출범해야 한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 증거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야 한다”며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한 빨리 제정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다”는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비대위원장 외부인사 영입 파동으로 사퇴 압박을 받자 탈당을 검토하며 칩거한 바 있다. 그는 ‘세월호특별법 수습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한 뒤 그 결과에 관련 없이 사퇴한다’는 의원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당무에 복귀했다”며 조선닷컴은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사퇴의사를 담은 문자메시지도 당 소속 전체 의원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후 안산에서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을 만난 후 비상대책위 관계자들과 가진 모임에선 ‘2일부터 비대위에 나오지 않겠다’며 ‘아침 8시 30분까지 거취문제에 대한 입장을 전하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2일 박영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의표명에 관해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 원내대표가 자기 거취 관련 이메일을 보냈다는데, 내용을 안 봐서 나는 모른다”며 “모든 정치인의 본질은 본인의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박 원내대표의 입장문은) 아마도 자기 느낀 점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하는 내용일 것으로 생각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비대위원인 문재인 의원도 기자들에게 “(회의에) 오다가 들었다. 아마 종전에 이미 그런 의사를 밝힌 바대로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박영선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에 따른 향후 대응책에 대해서는 “논의해봐야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뉴스1이 전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직 사퇴 결정>는 조선닷컴의 기사에 한 네티즌(kyjl****)은 “지난 8월 모든 당직 사퇴하며 친노세력에게 어름장을 놓을 땐 강단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게 생쇼라는 걸 알았고, 얼마 후 원내대표로 복귀하는 순간 이 사람은 역시 지도자 깜량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lcmo****)은 “박영선은 한 타임 늦었다. 얼마 전 비대위원장 내려놓을 때 그때 탈당을 했으면 야당에서 최고 인물이 될 수 있었는데”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bab****)은 “같은 당직자도 흔들고 보는 풍토 반대편 에는 오죽할까? 야당이 건전한 집권세력이 되긴 요원하오”라고 했다.

 
<박영선 원내대표 2일 사퇴의사 입장표명 전문>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합니다.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세월호 비극의 한 복판인 지난 5월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입니다. 어제 안산에서 만나 뵌 유가족분들로부터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들었던 끝까지 함께해달라는 호소가 가슴 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위원회는 가능한 빨리 출범해야합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증거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야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을 만들기 위해 벌인 협상을 일단락하며 그간 드리고 싶었던 수많은 얘기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세월호 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한다고 믿었습니다.
낯선 정치에 뛰어든 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저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습니다.
2004년 국가 보안법 협상이 그랬고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7대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이 그랬습니다. 지난해 국정원 개혁법 역시 우리가 개혁특위위원장까지 맡았지만 결국 법 한 줄도 고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진실의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빨리 제정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합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습니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리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 이름만 법일 뿐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편지 같은 이런 법을 만드는 일은 이제 더는 없어야겠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어 할 때 격려해주신 많은 동료의원님들 힘내라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영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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