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현안을 두고 입법부와 행정부 간 질의응답을 갖는 국회 대정부질문 등 국회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지탄을 받아 온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여전히 ‘괘씸죄’를 벗지 못했다.

 

국회는 12일 오후 사상 처음으로 최 장관만을 상대로 한 긴급현안질의를 위해 본회의를 열고 그간 불출석 사유에 대한 해명을 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 장관은 충분한 사유를 대지 못했고, 사실상 국회 승인절차를 밟지 않고 국회에 참석하지 않은 책임을 오히려 야당 원내대표에 돌리는 듯한 불성실한 답변 태도 때문에 여야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먼저 최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친 불출석 사유로 국제장관회의 참석을 들었다. 우리나라 주도로 출범하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관련 국제기구 출범문제, 미 에너지장관과의 미팅 등도 제시했다.

 

그러나 노영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구 출범은 회의에 제안된 11개 이니셔티브(initiative) 중 하나에 불과한데다 미 에너지장관과의 미팅은 겨우 티타임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장관 대신 차관을 회의에 참석시켰어도 문제가 없었다는 게 노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 장관은 “(스마트그리드 기구가) 이니셔티브는 사실”이라면서도 미 장관과의 티 타임에 대해선 “다 그렇게 한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국회법상 국무위원이 국회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를 통해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 장관은 “제가 설명을 드리고 양해를 구했는데 야당 원내대표께서 양해를 안 해주셨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일례로 장관이 국내 일정상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선진국이고,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나라는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나라더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저는 뭐 국무위원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고 안하고 하는 거하고 민주주의하고 관계가 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참고 있던 의원들의 분노가 이 때 폭발했다. 노 의원은 “말 뜻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국제회의 있으면 임박해서 비행기 타고 나간다고 할 계획이냐”고 따졌고, 의석에 앉아있던 다른 의원들이 “태도가 왜 그래!”, “오만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제서야 분위기를 파악한 최 장관은 “그건 아니다. 제가 설명이 부족했다”며 “오늘 본회의는 초유의 일이다. 이런 불편을 끼친데 대해 송구스럽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어 그는 “이번 출장 건에 있어서 제가 설명이 부족했고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며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사과했다.

 

아울러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구이고 대표기구다. 국회를 경시하는 것은 국민을 경시하는 것이다. 장관은 성찰해야 한다”고 점잖게 꾸짖었고 최 장관은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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