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던 여야가 7일 저녁, 정면 충돌하면서 결국 3년째 ‘국회 폭력 사태’가 재연됐다.

 

충돌의 원인은 4대강 사업의 핵심법안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안(친수법)’. 친수법은 국가 하천 주변 2km 이내에서 친수구역을 설정한 뒤, 국가나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택, 관광시설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놓고 이날 오후까지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희태 국회의장 중재로 돌파구를 찾기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정기 국회 회기 마감일인 9일 전에 예산안을 처리할 것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소집해 내년도 예산안을 연말까지 다루자고 맞섰다.

 

민주당 등 야당이 오후 8시 반부터 국회 본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입구를 점거하기 시작하자 한나라당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9시 반경 국토위 회의장을 정거하고 출입문을 봉쇄했다.

 

곧바로 국토위 전체 의원 31명 중 한나라당 의원 12명이 회의장에 들어와 개회를 선언, 친수법 등 92개 법안을 전격 상정하고 산회했다.

 

이 때부터 여야 의원 및 보좌진 간의 몸싸움이 시작됐다. 이 가운데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은 어디선가 날아 온 의사봉에 뒷통수를 맞고 병원에 실려갔다.

 

본회의장 곳곳에서도 충돌

 

오후 11시 국회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의 심사기일이 다가오자 국회 본청에서도 충돌이 이어졌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예결위 단독처리를 우려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소속 일부 의원 및 보좌진 400여명은 국회 중앙홀을 기습 점거하며,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의 출입문을 봉쇄한 채 진을 쳤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을 파악한 민주당 당직자 등이 입구에 쌓인 책상과 집기를 빼내면서 본회의장 밖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본회의장 입구의 유리가 깨졌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결국 한나라당 측이 집기로 막아놓은 본회의장 오른편 입구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뚫었고,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지키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밀어낸 뒤 의장석을 점거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 밑에서 야당 의원들과 대치하면서 여야가 ‘동시 점거’에 들어갔다.

 

여야는 밤늦게까지 각각 비공개 의총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막판 조율을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매년 법이 정한 날짜를 지키지 못하고 연말에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나쁜 관행을 깰 것”이라며 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일축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심사기일을 지정하며 압박하고 있다”면며, “충분한 심사를 해서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나선 박희태, 24건 심사기일 지정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박희태 국회의장이 직접 나섰다. 박 의장은 이날 기재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간 소득세법 개정안 등 예산 부수법안 14건에 대해 법사위가 8일 오전 10시까지 심사를 완료해 달라는 내용으로 심사기일을 지정했다.

 

8일 오전에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동의안을 포함한 10개 의안들에 대해 추가로 심사기일을 정했다.

 

특히 국회사무처는 7일 밤을 기해 ‘청사 출입제한 조치’를 내렸다. 사무처 측은 “‘국회청사관리규정’에 따른 것으로 국회법상 국회의장이 행사할 수 있는 ‘질서유지권’과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 본청엔 의원과 상근 직원, 출입기자 등을 제외한 의원 보좌진이나 일반 당직자를 포함한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한편, 심시기일을 지정하는 등 박 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또 한 차례 충돌이 예상된다.

 

김봉철 기자 (bck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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