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9월 발행한 <2012년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가 작년 파업사태에 대해 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의 입장만 담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던 MBC가 2012년 MBC 노조가 일으킨 초유의 장기파업을 거치면서 2012년 한 해 경영 성과가 지상파 3사 중 꼴찌로 추락한 것을 놓고,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할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고서가 엉뚱하게도 사측만 문제 삼은 보고서를 내놨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론을 통해 민주당 최민희 의원 측이 밝힌 <2012년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방문진은 작년 파업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사측에 돌리면서 노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MBC가 공익성을 소홀히 하면서 채널 경쟁력이 심각하게 추락했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BC노조의 파업에 대해 “MBC가 조기에 해결하지 못했다.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인사상의 불이익, 무분별한 전보조치 등으로 조직역량 확대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방문진 보고서는 “MBC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교육과 처벌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적시했고, 이에 대해 최민희 의원은 “김재철 전 사장의 비도덕적 비윤리적, 비도덕적 행태에 대한 간접적 표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희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 미디어스, PD저널 등을 통해 보도


특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MBC의 경쟁력 하락과 관련해 그 원인을 ‘시사교양 부문의 부진’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그동안 MBC의 공영성을 상징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던 <PD수첩>의 추락은 아쉽다”며 “앞으로 MBC는 실추된 공영방송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PD수첩>, <시사매거진2580>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성역 없는 비판, 고발정신과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온 <PD수첩>, <시사매거진2580>과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생명은 자율성과 창의성”이라며 “현재 MBC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의 독립성, 공영방송의 정체성 문제는 보도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은 MBC 노조와 야권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MBC 간판뉴스 프로그램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도 “저녁시간대 MBC뉴스의 실종 현상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2012년 MBC 뉴스의 시청률이 지상파 가운데 최하위로 뒤쳐진 것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장기파업 기간 동안 줄어든 뉴스방송 시간’, ‘질적 하락’, ‘방송사의 이미지 추락’을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 같은 내용들이 담긴 <2012년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는 최민희 의원 측의 해석과 주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러한 내용들이 보고서에 담긴 것은 맞지만 방문진 전체의 입장을 담은 보고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PD저널 등이 기사를 통해 마치 방문진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방문진의 한 관계자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영평가보고서는 약 350페이지에 해당되는 것으로, 방문진이 평가의 주관기관은 맞지만 방문진 소위원회가 대학교수 등 외부인사 5명을 위촉해 그 사람들의 판단을 담은 내용이지 방문진이 직접 의견을 담거나 평가서를 작성한 게 아니다”라며 “보고서에는 각각의 다른 평가와 입장이 혼재돼 나열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부분은 야당 측 추천을 받은 교수가 평가한 부분으로 보인다”면서 “경영평가보고서 중 특정 참여 교수의 입장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가지고 방문진 전체의 입장을 담은 보고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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