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질병관리청 제공]
[자료=질병관리청 제공]

[오인광 기자] 젊은 세대도 안심할 수 없는 '조발성 치매' 환자가 지난 10년간 3.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조발성 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환자의 약 8%를 차지한다. 환자수는 2009년 1만7천772명에서 2019년 6만3천231명으로 10년간 약 3.6배 증가하는 추세다.

흔히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교적 젊은 40-50대에도 발병할 수 있는데, 이렇게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조발성 치매’라고 한다. 

조발성 치매는 노인성 치매에 비해 진행이 빠른 편이고 인지기능저하(기억력 감퇴) 뿐만 아니라 언어장애, 운동장애 등 임상 증상이 다양해 신경학적 검사, 유전적 검사를 비롯하여 뇌영상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연령층에 발생하므로 환자는 경력이 단절되고, 피부양자들은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사회·경제적 부담이 심각하다. 

하지만 치매 관련 국내 연구는 대부분 노인성 치매에 치중돼 있어 조발성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역학특성과 인구학적 통계 등도 확립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국내 환자의 정확한 임상, 유전적 특성 파악을 통한 예방, 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매년 3월 셋째주(올해 3.11.~17)인 2024년 세계뇌주간을 맞아 뇌과학을 통해 얻은 지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뇌과학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기 위한 세계적 캠페인 개최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21년부터 전국 31개 병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조발성 치매환자 코호트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2023년까지 3년간의 1단계 사업을 통해 대표적인 조발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엽치매환자를 중심으로 400여 명의 환자를 모집, 참여 환자 대상으로 신경학적검사, 혈액검사, 뇌영상검사 등을 통해 고도화된 자원을 수집하고 임상증상 특성 분석, 유전체분석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또 매년 추적검사를 실시해 환자의 임상증상 뿐만 아니라 바이오마커 변화 등을 관찰하고 있으며, 질병 경과 및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연구진은 코호트 연구를 통해 조발성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유전자를 새로이 규명했다. 전두측두엽치매의 한 아형인 의미변이원발진행실어증 환자로부터 최초로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유전인자 ANXA11의 새로운 병원성 변이(p.Asp40Gly)를 발견했다. 

의미변이원발진행 실어증 환자는 말하거나 쓰여진 각각의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어와 사물을 연결, 이름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연구진은 추가적인 유전자 스크리닝을 통해 서구인 환자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전자변이들(C9orf72, MAPT, GRN 등)이 한국인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에서는 극히 드물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원은 "이처럼 전두측두엽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자는 민족적 또는 지리적 다양성을 가질 수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 조발성 치매환자 코호트 연구를 통한 한국인 특이 유전자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발성 치매는 노인성치매에 비해 유전적 특징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며 "현재 돌연변이가 확인된 다섯 가계의 가족 코호트를 구성해 추적관찰 중이며 추후 확대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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