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수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올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개월 내 금리 인하가 어렵지 않겠냐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의결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내 3.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 나타냈다"며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 수준(2%)보다 높고, 기존 전망대로 둔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씀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나머지 1명은 (3개월 내)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며 "소비가 부진해 물가 압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에도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관련한 '4월 위기설'을 제기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총선 이전에 부동산 PF가 넘어질 것을 다 막아줘서 그 다음에 터진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큰 오해"라며 "총선 전후로 크게 바뀔 것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모든 PF가 살아날 수는 없겠지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PF 문제는 미시적인 정책을 통해 금융안정을 도모해야지 금리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PF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소비는 예상보다 훨씬 나쁜 쪽으로 갔는데 수출은 오히려 더 좋은 방향으로 가서 서로 상쇄한 것처럼 부동산 PF를 보면 하방 요인이 크지만, IT(정보기술) 경기나 수출을 보면 상방 요인이 크다"고 비교했다.

이 총재는 또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해 "금리를 내릴 때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거시안정 정책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게 몇 년 동안 저희가 배운 레슨(교훈)"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정책을 잘못해서 부동산 가격을 다시 올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실패 우려에 대해서는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자산 중 굉장히 낮은 비중"이라며 "시스템 리스크를 가져올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대해 "2% 정도로 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어느 시점에 새로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고령화를 잘못 다루게 되면 잠재성장률이 음의 숫자로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어떤 정책을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 등 때문에 2%에서 더 낮아지는 방향으로 갈지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며 "노력해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보다 소득이 높은데도 2% 이상 성장하는데, 고령화를 이유로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인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올릴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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