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수지 기자] 한국은행이 11일 새해열린  첫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다시 3.50%로 묶었다.

통화 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3%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실히 꺾였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일단 다시 금리를 묶고 물가·가계부채·미국 통화정책 등을 더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린 후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사실상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고, 3.5% 기준금리가 이날까지 약 1년째 유지되고 있다.

한은이 8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은 부동산PF·물가·경제성장·가계부채 등 상충적 요소들의 복합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 때문이다.

한은(2.1%)과 정부(2.2%)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지만, LG경영연구원(1.8%)·신한금융지주(1;7%)·KB금융지주(1.8%) 등은 고금리·물가에 따른 소비 부진 등을 근거로 지난해(한은·정부 1.4% 추정)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으로서 부동산PF 등 취약 부문에서부터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와 같은 대출 부실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3.2%)까지 다섯 달 연속 3%를 웃돌았고, 한은도 최근 여러 차례 "누적된 비용 압력 등 탓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은 작년 4월 이후 12월까지 9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달에만 전체 가계대출이 3조1천억원, 주택담보대출도 5조2천억원 또 불었다.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이런 한은의 고충을 근거로 대다수 전문가도 이날 금통위 회의에 앞서 동결을 점쳤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성장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지만 불확실하니까 인상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히 많이 안 떨어지는 데다 미국의 현재 통화정책 등을 고려할 때 내리기도 어렵다. 따라서 동결 확률이 100%"라고 설명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반도체 회복을 중심으로 수출이 올해 경기에 긍정적 역할을 하겠지만,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금리를 다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금리 동결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동결 행진이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하반기부터 비로소 한은의 금리 인하도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7월 첫 인하를 예상하며 "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이때쯤 서비스 중심으로 물가 상승률 하락도 뚜렷해지면서 한은의 정책 대응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의 동결(3.5%)로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2%p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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