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남오 기자] 생계 유지 등을 이유로 폐지를 줍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일주일에 6일, 하루에 5시간 넘게 폐지를 주워도 한 달에 고작 16만원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와 지원대책을 공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에 있는 고물상 4천282곳 중 지역 대표성을 가진 105곳을 표본 추출한 뒤 이곳에 폐지를 납품하는 노인의 수를 확인해 전국 단위 규모를 추계했다.

더불어 폐지 수집 노인 1천35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대면조사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역 내 폐지 수집 노인을 전수조사한 후 이들에게 노인 일자리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실태조사 결과 폐지 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였다. 남성이 57.7%를 차지해 여성보다 많았다.

1인 가구가 36.4%, 2인 가구가 56.7%를 차지하는 등 평균 가구원 수는 1.7명이었다.

이들은 평균 하루에 5.4시간, 일주일에 6일 폐지수집을 통해 월 15만9천원을 벌었다. 폐지를 줍는 시간당 소득은 1천226원으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천620원의 12.7%에 불과했다.

올해 폐지 1㎏당 가격은 한국환경공단 집계 기준 74원으로, 지난해 84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리어카 가득 100㎏를 채워도 8천원이 안 된다.

이들은 '생계비 마련'(53.8%), '용돈이 필요해서'(29.3%) 등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폐지를 주웠다.

폐지를 줍게 된 동기는 '다른 일을 구하기 어려워서'(38.9%), '현금 선호'(29.7%), '자유로운 시간 활용'(16.1%) 등이 뒤를 이었다.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폐지를 지속해서 줍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8.8%에 달했다.

가장 큰 애로사항(복수응답)은 '폐지 납품단가 하락'(81.6%)이 가장 높았다. 이어 '폐지 수집 경쟁 심화'(51%)와 '날씨'(23%) 등도 뒤를 이었다.

필요 사항(복수응답)으로는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8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식료품 지원'(36.9%), '생활용품'(26.9%), '일자리 지원'(18.6%), '기초생활수급자 선정'(12.6%) 순이었다.

이들의 월평균 개인소득은 폐지를 팔아서 번 돈을 포함해 74만2천원, 가구소득은 113만5천원이었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된 전체 노인의 개인소득 129만8천원 대비 57%, 가구소득 252만2천원 대비 45% 수준에 불과했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93.2%, 공적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각각 24.9%와 12.7%였다.

이들의 주된 소득원은 기초연금 49.9%, 폐지 수집 15%, 공적연금 13.9%, 기초생활보장급여 9.6% 순으로 나타났다. 총소득에서 기초연금과 폐지를 주워 얻는 수입의 비중이 65%에 달했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1.4%, 건강하지 않다는 비율은 32.7%였다.

전체 노인의 경우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56.9%, 건강하지 않다는 비율이 14.7%여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우울 증상'을 보유한 비율이 39.4%로, 전체 노인(13.5%)의 2.9배에 달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고 있는 비율은 79%, 일자리 참여 의향이 있는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57.7%로 과반이었다.

이유는 '폐지 수집이 익숙해서'(37.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현금 수입'(14.8%), '혼자 일하기 선호'(12.6%) 등도 꼽혔다.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지자체를 통해 지역 내 폐지 수집 노인의 인적 사항을 확보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 1분기까지 인적 사항을 확보한 뒤, 이 명단을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 입력해 주기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우선 노인 일자리 사업을 소개해 연계하는 데 집중한다. 이들의 노인 일자리 신청을 지원해 더 높은 소득과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목표다.

내년에 제공되는 노인 일자리는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돕는 '공익활동형', 공공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사업단' 등 103만여개다. 올해보다 14만7천개 늘었고, 예산도 2조262억원 배정됐다.

개별 노인의 요구와 성향을 고려하되, 75세 이상 고령층은 연령·건강 등을 고려해 '공익활동형' 참여를 유도하고 29만원의 수당을 받게 할 방침이다.

근로 능력이 높거나 더 많은 소득을 원하는 노인은 '사회서비스형'으로 안내해 76만원의 수당을 받도록 지원한다.

폐지를 계속 줍고 싶어 하는 노인은 폐지 수집과 유사한 '자원 재활용 시장형 사업단'(가칭)을 연결해주기로 했다.

이미 일부 시군구에서 유사한 사업단을 운영해 2천50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단에 참가하는 어르신은 폐지 수집과 비슷한 활동을 하면서 월 37만6천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사업단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은 상해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안전 보장을 위해 방한용품과 야광조끼 등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들이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기초연금 등 보건복지서비스 제도에서 누락되지는 않았는지, 충분한 자격이 되는데도 여러 어려움으로 신청하지 못한 건 아닌지도 면밀히 확인해 조치하기로 했다.

건강 상태 개선이 필요한 대상자는 보건소의 '방문건강관리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폐지 수집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보건·복지서비스를 연계하겠다"며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삶의 질이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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