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일 뉴스파인더 논설위원 / 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시즌이 왔다. 정의당은 이미 비대위를 띄웠고 국민의힘은 출시가 코앞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앞뒤 위아래를 보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시 한시적으로 구성되는 조직인데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비상(非常)이 비상이 아니다. 뭔 비상이 그리 자주 발생하는지 툭하면 비대위다. 큰 선거를 앞두고 루틴(routine)이 된 듯하다. 

위원장은 주로 정당 밖의 인사가 맡는다. 자체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정당 스스로 ‘우린 무능력한 집단입니다’하는 꼴이다. 

비대위에 맡겨지는 용역은 땅따먹기가 주(主)다. 선거에서 이겨 달라는 거다. 국민 눈높이의 체질 개선은 별 관심이 없다. 언제든지 비상사태로 돌아갈 수 있는 상태로 원위치한다. 시한폭탄의 장착이랄까 선거 이후 빽도랄까.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듯해서 일단 한심하다. 세상 똑똑한 분들만 모여 있는 곳인데 우찌 이런 일이? 사회과학적으로다 명쾌한 설명은 불가하나 아마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수단시할 수 있는 정치인의 속성이 투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비대위 역사에 김종인은 단연 두각(頭角)이다. 거대 양당의 비대위원장을 번갈아 한 것도 특이하고 이런저런 선거에서 승리의 깃발을 올리고 박근혜 문재인 두 대통령의 생산에 지대한 공을 세운 점도 눈길을 끌 만하다. 

두 대통령으로부터 팽(烹) 당한 이후에 “박근혜 문재인 정권을 창출하는 통에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줘 사과한다”는 셀프디스가 한동안 회자(膾炙)된 적도 있다.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전(前)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결정됐다. 대통령의 낙점이 있었을 거라는 예측이 민망하지 않게 거론에서 추대까지 일사천리 한달음이었다. 

대통령 윤석열의 아바타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 등판이 너무 빠르다. 과정에서 안팎의 우려와 걱정은 해 질 녘 산골 마을의 개 짖는 소리처럼 공허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여전히 박수와 손사래가 교차한다. 비대위의 달인 김종인 선생도 애정을 갖고 걱정과 기대를 보낸다. 성공할 확률이라는 건 그러니까, 한동훈이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해서 자기 나름의 판단이 서면 그것을 추진하고....대통령하고 의사가 같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데 자기 뜻을 얼마나 관철할 수 있는지에 달려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도 할 수 있고...

 

한동훈 비대위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그 결과를 누가 알랴마는 예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대통령 윤석열이다. 파워 게이지(power gauge)가 여전히 만땅인 대통령이다. 지난 1년 7개월 동안의 헛발질에 대한 성찰은 일도 없다. 

헛발질이라니 이 사람아, 무슨 헛발질? 여당 대표를 사사로이 빼고 갈아 끼운 비민주적인 짓. 권력자와 맞서 외쳤던 공정과 정의를 김건희 여사 앞에서는 선택적으로 발휘한 짓.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호언을 해병대 채상병 사건 앞에서 객기로 만든 짓. 엑스포 희망 고문으로 그 새벽에 온 국민이, 작고한 방송인의 이름(허참)을 부르게 한 짓. 어쩜 이리도 국민 눈 밖에 나는 일을 스펙터클하게 연출하는지.

파워 게이지 충만한 대통령 윤석열이기에 헛발질의 시나리오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용산에는 자리를 걸고 충언을 하는 참모가 없다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이바구도 있으니.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은 무엇으로 담보할 것인가? 정답은 이미 나와 있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걸 외면하지만 않으면 된다. 저는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는 답이 아니다. 위원장님, 여기서 여의도 사투리를 쓰시면 안 되지요. 

맹종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름다운 뒤통수도, 6.29 식(式) 짬자미 밀당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형수님, 함정 취재 뒤에 숨지 마시고 명품백 사과하시죠. 박정훈 전(前) 해병대 수사단장, 예전 형님 모습입니다. 모든 걸 내 뜻대로 할 수 있다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동훈이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 대통령과 여사의 눈에서 섭섭함의 눈물이 찔끔 삐져나오면 성공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쓰고 있는 뿔테 안경처럼 확실하고 선명하게 이제껏 야당 인사들에게 보여줬던 한동훈만의 당당함으로 대통령을 대하면 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그 결과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목이 땅에 떨어진다면 대통령도 국민의힘도 죽는 길이 될 것이요 그 반대라면 모두가 거듭 살아날 수 있는 길이 될 것임을, 대통령은 알아야 하고 또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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