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수지 기자] 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동결했다.

지난 2·4·5·7·8·10월에 이은 7연속 동결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사실상 지난 2월 동결로 깨졌고, 3.5% 기준금리가 이날까지 약 10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한은이 7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은 성장 부진 속에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만 계속 커지는 '딜레마'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기존 1.4%를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을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10월 산업활동동향 통계에서도 생산(-1.6%)·소비(-0.8%)·투자(-3.3%) 지표가 모두 전월보다 뒷걸음치면서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6% 하락했다. 2020년 4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금통위 회의에 앞서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반도체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고물가·고금리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투자가 계속 부진할 것"이라며 "이처럼 경기와 자금시장 등이 아직 불안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경기 부양 효과 등을 고려해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4월 이후 가계대출이 계속 빠르게 불어나는 데다,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져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가계대출은 은행권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9월 말보다 6조8천억원이나 급증했고,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에서도 6조3천억원 뛰었다. 11월에도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은 27억8천만달러, 10월 말 원/달러 환율(1,350.5원)을 기준으로 약 3조7천544억원 순유출됐다.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으로, 8월(-17억달러)과 9월(-14억3천만달러)에 이어 3개월째 순유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에 따른 유가 불안 가능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까지 아직 남아 있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한은 역시 이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2.4%에서 2.6%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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