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왼쪽부터)·이우진·신철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윤창호(왼쪽부터)·이우진·신철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오인광 기자] 국내 50∼80세 연령대 10명 중 1명이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이우진 교수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신철 교수 공동연구팀은 23일 동일집단(코호트) 연구를 통해 렘(REM)수면행동장애와 그 전구(前驅·전 단계) 증상의 유병률과 임상 특징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잠을 짤 때 꾸는 꿈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만성 수면 질환이다. 꿈속에서의 행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꿈-행동화'와 근육의 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렘수면무긴장 소실'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데, 렘수면행동장애의 전구증상은 이 가운데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다.

정상적인 렘수면 동안에는 근육이 이완돼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반대로 근육이 긴장돼 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는 발병 후 12년 안에 73.5%가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다계통위축,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된다.

또 렘수면행동장애 전구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도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수면다원검사와 렘수면행동장애 선별검사 설문지(RBDSQ), 전문의 병력 청취 등을 통해 지역사회 코호트에 포함된 1천75명(범위 50∼80세, 남자 53.7%)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렘수면무긴장 소실과 꿈-행동화의 유병률은 각각 12.5%, 3.4%로, 렘수면행동장애 전구증상이 렘수면행동장애의 유병률(1.4%)보다 훨씬 높았다.

10명 중 1명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될 조짐이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구증상인 렘수면무긴장 소실과 꿈-행동화 사이 상관관계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전구증상 간 임상적인 특징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각 전구증상을 별도로 관리하면 렘수면행동장애 전구증상에서 그다음 단계의 질환으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역 사회 코호트를 기반으로 일반 인구에서 렘수면행동장애와 그 전구증상의 실제 특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할 수 있는 인자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질병을 선별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 분야 상위 5% 이내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뉴롤로지'(Neurolog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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