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일 뉴스파인더 논설위원​​​​​​​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황정일 뉴스파인더 논설위원 / 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국회의원 장제원이 엊그제 한 말이다. 영남 중진의원은 서울 험지로 가야 된다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다. 정치 인생 그만두고 싶지 않으면 서울로 가야지. 누군가 이렇게 조언을 했을 수 있다. 협박일 수도 있고.

국어대사전에서 알량하다의 뜻을 찾아봤다. ‘시시하고 보잘것없다라고 나온다. 즉 알량한 정치 인생은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정치 인생으로 해석된다. 장제원은 18, 20, 21대 국회의원이다. 3선이다. 19대는 당 공천에서 배제되어 금배지를 잃었다. 4년 동안 국회의원의 신분이 아닌 정치 인생을 보냈다. 그때 절절히 느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 인생은 시시하고 보잘것없다는 것을, 알량하다는 것을.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회의원의 권한을 훑어보자.

우선 법을 만들 수 있다. 착한 법이든 못된 법이든 상관없다. 국가의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한다. 과정에서 사익(私益)을 위해(공익을 가장하는 경우가 많다) 몇백 몇천억 원을 주무르기도 한다. 국회에서 한 발언은 쉽게 법적인 책임을 묻지 못한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건 언어 폭력이 되었건 말이다. 법 위반의 의혹이 짙어도 쉽게 체포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 총리나 장관을 불러 그들의 생각을 물어볼 수 있다. 왕왕 호통을 치기도 하고 상대에게 모욕감을 줘도 No problem이다. 장관은 물론 총리, 심지어 대통령의 파면도 건의할 수 있다.

헌법에는 없지만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특권은 어마무시하다. 백여 가지 이상 된다고 한다. 일일이 나열하면 화가 나니 여기까지!!! 아무튼 국회의원으로서의 정치 인생은 막강 특급이다.

결국,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는 장제원의 말은 이렇게 이해될 수 있다.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서울 가지 않겠다

강서 보궐 선거 이후 뒤늦게 현실을 직시한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띄웠다(누가 띄웠든 상관없다). 험지 출마론은 정치에 생판 초짜인 분이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눈높이에서 내놓은 혁신안 중 하나다. 지금껏 혁신위가 문제의 본질인 용산을 비껴간 점은 아쉬우나 험지론은 국민의 반 이상이 찬성한다고 한다.

내년에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다. 의석 300개 중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 각 진영은 큰그림을 그려야 한다. 개인의 멋진 희생이 큰그림의 마침표가 될 수도 있다. 험지론은 이를 위해 필요한 아주 유용한 재료이다.

장제원의 사전엔 아직까지 희생은 없다.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인 듯하다. 그는 아들의 처신과 본인의 갑질 행태 등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비호감이다. 물론 42백 명은 제외다.

옆집에도 동류(同類)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이다. 그의 한마디에 환호하고 미쳐 죽겠다는 사람이 있다. 어감이 거시기하지만 개딸이라고 하는데 그들보다 더 많은 국민의 눈에는 비호감이다. 글쎄, 비호감은 점잖은 표현이지. 극혐에 육두문자 내지르기가 다반사다. 그도 일각으로부터 험지 출마를 권유받고 있으나 역시나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국힘과 민주당, 대선 때는 누가 누가 더 못하나경쟁을 하더니 지금은 대선 시즌2, ‘누가 누가 덜 혁신 하나다투고 있다.

선당후사(先黨後私). 말하긴 쉬우나 행동은 어렵다. 들여다보면 한없이 찌질한 사람들에게 너무 큰 요구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선 당시 후보 중 한 분은 이제 출마할 필요가 없다. 대체할 사람으로 장제원이 가장 상징성이 있다고 열에 여덟아홉은 꼽는다. 혹시 있을 찌질함을 감추고 폼나는 결단이 요구되지만 이재명 장제원은 마이동풍이다.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이다. 둘 중 한 명이 죽을 각오로 험지론을 수용한다면 판세는 5149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거늘.

정치를 할 때 자리를 탐하지 말고 업적을 탐하라

장제원 부친의 말씀이라고 한다. 훌륭한 기상(氣像)이 흐르고 있다. 한방에 효성과 충심을 쌓을 수 있다. 업적을 탐할 절호의 기회를 혹시라도 그가 놓친다면 이런 야유와 조롱이 있을 수도 있다.

관광버스 92대는 지역 경제에 보탬을 줬고 42백 명의 아우성은 사상을 통했으나 핵관으로의 향유가 이미 차고 넘치니 여기서 그만 멈추기를 바란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여수장우중문시를 허락 없이 빌려 써봤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