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일어난 이른바 KAL기(대한항공 YS-11기) 납북사건 피해자들의 가족측이 납북자들의 송환을 요구했다.


10일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황인철 대표는 자신의 아버지 황원 씨에 대해 이같은 조치를 촉구하는 편지를 북한 조선적십자회 장재언 위원장과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전해줄 것을 통일부에 의뢰하고, 최근 남하한 31명의 북한 주민들에 대해 북측이 ‘인도주의’를 운운하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납북 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안전하게 본국으로 돌아올 것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못 돌아온 11人, 귀환의사조차 못 밝혀… 北 ‘‘자유의사 체류’ 억지주장”


앞서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는 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이 귀순의사를 밝힌 4인의 자유의사를 묵살하고 무조건 31인 전원 송환을 요구하는 것은 인도주의 가면을 쓴 거짓된 행위로 비인도적이며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KAL기 납북사건에 대한 북측 태도의 부당성을 밝혔다.


KAL기 납북사건은 1969년 12월 11일, 승객 47명과 승무원 4명을 태운 대한항공의 국내선 쌍발여객기 NAMC YS-11가 강릉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하던 도중, 대관령 일대 상공에서 승객으로 위장하고 있던 북측 간첩 조창희에 의해 원산시 선덕비행장에 강제착륙된 사건이다.


가족회의 증언에 따르면, “납치 66일만에 납치당한 50명 중 39명만이 귀환을 하였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11명은 귀환의사조차 밝히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적십자사는 ‘자유의사에 의한 체류’라는 억지주장만 하였다.” 또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제안한 ‘제3자를 통해 공정히 자유의사만이라도 확인하자’는 제의마저도 조선적십자사는 답신으로 거부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회는 북측의 이같은 전력으로 볼 때 단순 해상표류에 불과한 이번 사태에 관해 “지난 수십여 년 동안 저질러온 국제범죄행위를 먼저 인정하고, 수만 명의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더불어 공정한 제3국의 감독하에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귀환권부터 먼저 보장한 다음에야 지금과 같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북측에 당당히 우리 국민인 납북자들의 생사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지금이라도 생존 가능한 납북자들만이라도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맘에도 없는 ‘인도주의’ 강조한 北, 같은 논리로 반격 당해


이어 가족회 황 대표가 통일부 이산가족과에 전한 편지에서 그는 “내 아버지가 자유의사에 의해 북한에 체류하고 있다고 억지 주장하는 북한의 반인도적 만행으로 우리 가족은 그리움에 고통받고 있으며 피눈물 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는 이번 사태에 관해 연일 “강제납치, 귀순공작, 해적행위” 등의 자극적인 표현들을 사용하며 우리측을 비난해오고 있는 북한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북측은 한 논평에서 “표류자들을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모든 힘을 다해 구원하고 성심성의껏 돌보아주며 자기 나라로 되돌려보내는 것은 하나의 공인된 국제법적 규범이자 도덕적 의무”라면서 “지난 시기 우리가 남측 표류자들에 대해 숭고한 동포애적 사랑과 혈육의 정으로 진심으로 따뜻히 대해주고 자기 혈육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가도록 온갖 편의를 보장해준 것도 바로 그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는 가식적인 멘트를 늘어놓기도 했다.


‘귀순공작’ 음모론 공략… 가족들 편지 보내며 인정(人情) 자극까지 점입가경


이같은 변수를 일찍이 예상했던 것인지, 북한의 작전은 원칙적 정당성을 걸고 넘어지는 데로부터 ‘음모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북측은 7일 당국이 제안한 ‘긴급 적십자 실무접촉’과 관련하여 우리측의 확답이 늦어지고 있는 점에 관해 한 논평을 통하여 “우리 주민의 귀순이라는 것이 통일부와 국정원의 계획적·의도적 날조임을 드러낸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10일 관영매체를 통해 기사화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의 인터뷰에서는 동아일보·뉴시스·연합뉴스 등 국내 매체들의 보도내용과 함께 5일 민주당 박주선 의원의 발언 등이 차례로 언급되는 가운데 “국정원이 우리 주민들을 한 사람이라도 떨구어보려고 ‘귀순공작’을 악착하게 감행하였다”는 일방적 판단으로 의혹의 눈초리를 강화하는 자세를 보였다.


한편, 북측은 또 어제인 9일 귀순자 4인에 관해 당사자 가족들이 “더 이상 귀순이라는 치욕을 강요하지 말고 당장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터뷰 영상을 온라인상에 게시한 데 이어, 해당 가족들의 편지를 보도함과 함께 판문점 연락사무소 및 우리측 적십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편지에는 “은혜로운 품 속에서 마음껏 배우고 자라나 행복하게 살아온 나날들을 눈물겹게 돌이켜볼 때 ‘귀순’에 대해 절대로 믿을 수 없다”면서 “그 어떤 유혹과 회유·기만·위협·공갈에도 넘어가지 말고 꿋꿋이 싸워 기어이 당국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가족들의 당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남군 기자 ygshow@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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