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3월 22일 김일성이 함경남도 신포를 방문해 수산업에 대해 현지 지도했다. 이를 기념해 제정된 기념일, 3월 22일이 바로 ‘어부절’이다.

 

북한은 1957년 당시 김일성이 신포지구의 여러 수산기지를 방문해 어부들의 사업과 생활 및 수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귀중한 가르침을 줬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해 4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수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데 대하여”를 발표, 수산업이 나아갈 방향과 방도를 환히 밝혀주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북한에서 농어업이 차지하는 산업 비중은 매우 크다. 마땅히 격려하고 치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현재도 북한에서는 수산물이 주민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 연근해에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고 있어 어족이 풍부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1970년대 이후 수산물을 주요 수출품목으로 설정하며 중국과의 무역 교류에도 힘 썼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전반적인 산업 낙후화로 인해 수산업 분야도 열악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선 부족, 어로장비 및 기술의 낙후, 선박용 기름의 부족 등으로 수산물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부족 문제에 어획량까지 감소하자 북한 주민들은 물론 군인들까지 굶주리기에 이르렀다.

 

‘상관 살해 귀순’ 등 최근 최전방지역의 북한 군인들이 잇따라 귀순하는 것은 북한군 식량보급체제가 배급제에서 자급자족으로 바뀌어서라고 우리 정부가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굶주린 북한 병사들이 끊임없이 군기해이사건을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주민에게 제공할 식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북한 지도부가 어쩔 수 없이 군부대의 보급 식량까지 줄였고 각급 부대가 먹고살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얘기다. 최정예 전방부대조차 굶는 장병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서해에 배치된 북한 해군은 꽃게잡이 등 어업에 병사를 동원하고 육군은 밭 경작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오는 4월이면 북한은 소위 보릿고개를 맞게 될 거란 전망도 많다. 앞으로 북한군의 식량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어획량 감소에 봉착한 것은 북한이 그동안 중국와 맺은 각종 공동어업 협약 등에 따른 영향이 크다.

 

2004년 현금이 없어 다급해진 북한은 북중 어업 협정을 맺고 매년 일정기간 중국 배의 조업을 허가했다. 첫해에는 40여척이 시범조업을 하더니 200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매년 500척 안팎이 북한 동해에서 조업해 왔다. 많게는 750척이 동해에서 조업한 적도 있다.

 

2010년에는 북한이 현금 확보를 위해 동해안의 오징어 어장을 중국에 내주기도 했다. 그 이유는 북한 어선들이 연료문제 등의 제약으로 출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댓가로 110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대가를 지불하고 대규모 선단을 이뤄 북한 동해어장 조업에 나선 것이다.

 

중국 어선들은 북한수역에 몰려들어 오징어를 비롯한 회유성 어종을 무분별 남획해 간다. 가뜩이나 부족한 어족자원이 고갈될 처지다. 중국이 매년 북한해역에 들어가 엄청난 어선을 동원해 오징어를 싹쓸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우리나라 어민들의 피해도 만만찮다. 날씨가 추워지면 오징어는 북쪽 해역에서 울릉도를 향해 남쪽으로 내려오지만 북한과 중국어선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목에서 모조리 걷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울릉도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오징어가 정작 울릉도에서 제대로 잡히지 않아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더 심각한 얘기를 해볼까. 중국 해적들이 북한 서해에 출몰해 북한 어민을 살해하고 선박도 빼앗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2009년엔 북한 군인까지 중국 해적이 총으로 살해한 바 있다고 한다.

 

평안반도 철산반도 앞 해상이 해적들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으로 이들은 물건을 약탈하면서 어민을 죽이고 배를 빼앗아 달아난다고 한다. 중국에서 무기가 싼값에 밀거래 되기 때문에 해적들의 무장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해적들은 중국산인 북한 어선들을 빼앗아 상당한 값을 받고 되팔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빼앗은 배를 북한에 다시 되팔기도 한다니..

 

이게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어부절을 제정해 산업을 적극 장려하겠다고 해놓고는 두 손 놓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김일성이 지도했다는 그 ‘귀중한 가르침’은 대체 어디간 건가.

 

중국해적이 북한 주민들을 약탈하고 심지어 살해하고 있음에도 북한은 이를 제압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유는 노후한 북한 경비정이 너무 느려 해적들의 배를 추적하지 못한다는 게 이유.

 

북한 당국이 탈북을 우려해 어선들의 속도 역시 경비정 속도 이하로 제한시켜 놓아 해적들이 달려들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탈북이 무서워 자국 주민들을 약탈 당하게 만든 셈이다.

 

대다수 북한 어선은 통신수단도 없어 해적에게 공격받아도 경비정 등에 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니 말 다 했다.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지 눈에 선하다.

 

이미 철산반도와 평북 용천군 신도 주변 바다는 북한 군부가 돈을 받고 50년간 조업권을 팔아먹어 중국 배들이 자기 바다처럼 활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어민들은 해적뿐 아니라 일반 중국 어민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북한 어선들은 잡은 생산물을 모두 중국 어선에 파는데 생선을 넘겨 받은 뒤 돈을 주지 않고 달아나는 이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북한 어민들은 배 속도가 느려 쫓아가지도 못한다는 얘기.

 

심지어 북한 당국의 단속선들도 북한 어선들을 잡아 온갖 이유로 뇌물을 받아 챙긴다고 한다. 북한 어민들이 이런 위험과 수모를 감수하면서도 배를 타는 건 굶어 죽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것도 중국에서 낡은 배를 사들여온 경우가 태반이라 침몰 사고가 빈번하다고 한다. 작은 배에 수백명이 올라타 작업을 하다보니 배가 전복해 수백명이 죽는 사고도 일어난다고 했다.

 

북한 어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피폐해진 삶을 돌봐야 할 북한당국이 핵 개발 등 쓸데없는 일만 벌여 경제적으로 더 궁핍한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으니 한심하다.

 

이제 곧 북한에선 어부절이 돌아온다. 김정은은 군사적 야욕을 버리고 피폐한 어부들의 심정을 헤아려라. 다 부숴진 노후된 배를 타고 연료도 부족해 어업에 나서지도 못하는 이들을 챙겨라. 중국해적에게 살해 당하고 강도 짓까지 당하는 그 현실을 보살펴라.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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