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한이 27명 송환을 거부하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국에 남기로 한 4명에 대한 자국민 보호 차원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돌아올 27명 때문이다. 그들을 송환했을 때 그 생명들이 북한에 줄 엄청난 파괴력 때문이다. 아니 거의 핵폭탄 수준일 것이다.


 
지금껏 남한으로 표류됐다 돌아간 북한 주민들은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들은 "적들의 회유를 뿌리치고 꿈에도 그리운 장군님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체제선전에 활용돼 왔었다. 그런 사람들이 한 둘씩 늘어날 때마다 북한 정권은 한편으론 남한이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유언비어로 주민들의 탈북의욕과 의지를 아예 차단시키려 했다.


 
그런데 이번 27명만은 다르다. 이전처럼 고작 한 둘도 아니고 27명이나 되는 큰 무리가 돌아갈 경우 지금껏 북한 주민들이 알고 있던 사실과 전혀 다른 진실의 많은 증언자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정치범수용소로 보낼 수도 없다. 어쨌든 그들은 북한으로 기어이 돌아간 "충신"들이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그 27명은 발전한 서울을 눈으로 직접 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공개적으로는 영웅대접 할 수는 있으나, 내적으로는 불순계층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역적들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3대멸족 연좌제로 계산해볼 때 그들의 친척, 친구들까지 합치면 수백, 수천으로 늘어날 것이다.


 
31명 중 비어있는 4명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 4명이란 숫자는 남한으로의 귀순을 결심할 경우 지위여하를 떠나 누구든 탈북 가능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된다. 그것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질 경우 지금껏 중국행으로만 알던 비좁은 탈출구가 북한 내륙 황해지역 서해는 물론 강원, 함북 동해로 넓어지게 된다.


 
그러면 북한 해군은 남한이 아니라 자국민 탈출을 감시하는 용병 수준이 되고 만다. 기름이 없어 고작 경비함 하나만 띄우고, 그마저 순찰이 아니라 NLL지역에 세워놓는 수준의 북한 해군이 그 넓은 바다를 지킬 능력은 없다. 더 나아가 대외적으로는 북핵정치를, 대내적으로는 NLL정치로 대북지원을 유도하던 북한 정권의 강경정책에도 혼란은 불가피하게 된다.


 
때문에 북한은 4명이 없는 27명 송환을 꺼려 저렇듯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이번 31명 표류사건은 남북역사에 남을만한 거대한 사변이다. 더욱이 시시각각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된 북한의 역사에는 심대한 공백으로 남을만한 사건이다. 종이삐라 한 장에도 겁먹는 북한 정권이 27명의 인간삐라 앞에서 심하게 흔들리게 될 중대한 계기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가장 잘한 통쾌한 일이다. 대북정책? 그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단순해도 되는 것이다.


탈북시인 장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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