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뛰어들어 크게 활약한 한광옥-한화갑 씨가 진정한 의미에서 동서 화합의 기수들

 

영?호남의 대립과 갈등이 역사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기원 660년 수륙 양면으로 침입해 온 나당 연합군에 의하여 무참하게 패망되어 문화적으로는 훨씬 앞서 있던 백제가 군사력에 밀려 신라에 의해 점령당했으니 그 원한이 하늘에 사무쳤을 것으로 믿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들이 백제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 불운한 사람들은 신라에도 있었으므로 서로 용납할 수 없었던 역사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구에 사는 역사학도 방수영 씨는 나에게 ‘나?당 위령탑’을 하나 높이 세우는 일에 앞장을 서 달라고 간청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현실정치가 그런 꿈을 실현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호남은 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풀이’ 굿판을 벌인 사람들은 무당이 아니라 정치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오직 한 사람을 정상에 올려놓고 그를 ‘우상화’하였습니다. ‘우상숭배’가 호남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지역에 사는 모든 백제인들에게 전파되어 그는 명실 공히 한 때 반짝했던 ‘후백제’의 ‘신’으로 군림했었습니다.

 

그 현상을 우려한 광주의 홍순남 변호사가 아들 일로 나를 찾아와 “김대중 선생이 이러면 안 됩니다”라고 분명히 나에게 일러 주었습니다. ‘한풀이’ 정치가 오늘 대한민국을 이 꼴로 만들었습니다. ‘동서 화합’도 이루지 못한 주제에 무슨 남북통일입니까. 역사가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5.18’을 면밀하게 연구, 검토하여 겨레 앞에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합니다. 아직도 영?호남 분쟁을 부추기는 낡은 정치꾼들을 정계에서 몰아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에 뛰어들어 크게 활약한 한광옥?한화갑 씨가 진정한 의미에서 동서 화합의 기수들입니다. 앞으로 5년에 영?호남의 반목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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