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혹독한 강추위가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심상치 않은 경제와 고물가로 팍팍한 삶의 짐을 지고 가는 서민과 중산층에게 영하 십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추위는 이들의 고통지수를 높이고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잔뜩 움츠린 젊은이들이 종종 걸음으로 사라지던 며칠 전 동네 길 옆, 사정없이 몰아치는 찬바람을 피하지도 않고 굽은 허리로 박스를 들고 걷던 한 노인의 잔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모두가 춥고 아프고 고단한 계절이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48% 국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정치세력과 언론, 시민사회가 앞장서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48% 국민의 뜻을 존중하라는 요구다. 박 당선인이 진정으로 ‘48% 국민’을 존중한다면 수석대변인 인사를 철회하라는 것이다. 국민통합을 외치던 박 당선인이라면 48%의 국민 뜻을 받들어 제주해군기지를 지금이라도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MBC에서 해고된 언론인들을 모두 복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까지 이정희 후보의 ‘박근혜 저격’에 환호하던 사람들이 박 후보가 당선인 신분이 되자마자 ‘국민 48%’란 논리로 자신들의 기존 요구를 들어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은 당연히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박 당선인은 이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허탈함을 달래줄 의무가 있다. 하지만 48%의 논리가 51.6%의 지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어서도 안 된다. 투표에 참여한 과반의 국민은 국민통합 뿐만 아니라 국가정체성을 강조하고, 복지 뿐 아니라 성장의 문제도 함께 제기한 박 후보를 지지했다. ‘48% 국민’ 주장이 박 당선인이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의 뜻을 펼치는 정책을 내는데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논리와 근거로만 활용돼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것이야말로 이번 대선의 의미, 국민의 뜻을 왜곡하는 게 아니고 뭐가 되겠는가.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 인선, 성급한 비판은 자제하고 지켜봐야
 
‘48% 국민’을 근거로 수석대변인에 대해 무조건적인 증오감을 표출하는 것도 성급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필자는 윤창중 수석대변인에 대해 그가 언론인 출신의 논객으로서 써왔던 글들을 논리적 근거를 들어 강하게 비판했다. 혹자는 인신공격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강성우파와 좌파진영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많은 논객들이 필자 이상 가는 ‘인신비방’을 트위터, 인터넷 등을 통해 오늘도 쏟아내고 있다. 핵심은 근거와 타당한 논리로 비판하느냐 감정적 배설에 그치느냐다. 쓸데없이 주석이 길어졌다. 각설하고 핵심을 요약하면, 윤 수석대변인의 과거 글을 문제 삼아 박 당선인의 인선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별개로 그를 발탁한 박 당선인의 뜻 자체는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앞으로의 인선에서 국민통합을 고려해 좌파진영의 강성 인사를 발탁한다면 그땐 또 무슨 논리를 댈 수 있단 말인가. 윤 수석대변인의 발탁이 무조건 못 마땅한 이들은 그때 가선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비판도 칭찬도 박 당선인이 완성한 최종 그림을 놓고, 또 그렇게 꾸려진 인수위가 어떤 행보를 시작했을 때 평가하는 것이 온당하고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재에선, 인선에 있어 극히 일부분만을 가지고 침소봉대할 일도 아니고, 단면을 가지고 마치 전체의 설계도인 것처럼 과장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윤 수석대변인이 과거와 달리 국민 전체를 위해, 국민통합을 위해 애쓰겠다고 사과한 만큼 그가 진정으로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 지 시간을 주고 지켜보며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 
 
‘승자’ 보수우파는 ‘패자’의 심리적 고통과 패배감 이해하는 인간적 예의 가져야
 
‘48% 국민’이 이렇듯 반대진영의 반대만을 위한 논리로 가볍게 사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부당하거나 성급한 논리로 48% 국민의 섭섭한 마음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은 박 당선인에게 요구한 국민통합과도 맞지 않는 모순이다. 지금은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의 마음을 진짜로 다독이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지, 그들의 마음을 이용하려는 행태가 앞서서는 안 된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여전히 허위의 글이나, 악플을 달아가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다음 정권을 저주하고 증오하는 독을 내뿜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부메랑처럼 돌아갈 뿐이다.
 
승리감에 도취해 있는 일부 보수우파들도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에 달하는 국민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패배감을 넓은 포용력으로 감싸야 한다.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했다는 이유로, 냉소적이었다는 이유로 모두 적으로 돌려선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문재인을 지지하면 종북’이라는 유치한 극단적 논리로 평범한 우리 이웃들을 매도한다거나 박멸시켜야 하는 기생충 정도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불법과 원칙에서 벗어난 좌파의 거짓과 위선은 맹렬히 비판하되, 패자의 고통은 넉넉히 이해해줄 줄 아는 인간적 예의도 필요하다. SNS와 인터넷에서 거친 말과 조롱의 말들로 패배감에 아직도 울고 있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할퀴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박 당선인을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두가 선거의 몽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대한민국 국민이고,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긍해야 한다. 시대가 박근혜란 인물을 선택한 것도 당선인이 승자와 패자로 갈리는 국민을 모두 감싸 안고 대한민국 발전에 자신을 바치겠다고 한 데 대한 하늘의 응답이 아니겠는가.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 지금은 벌어지고 갈라진 대한민국을 치유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박 당선인에게 무조건 요구하기보다, 상대를 조롱하고 비난하기보다 가장 먼저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할 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부터 갖는 것이 필요하다. 51.6%의 국민과 48%의 국민은 결국 서로를 보듬고 함께 가야할 대한민국 국민이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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