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를 마친지 이틀도 안돼, 온라인에서 비방성 루머가 또 한바탕 몰아치고 있다.

 

전기세와 수도세, 공항과 의료 등 전방위에 걸쳐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풍문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데 각종 인터넷 포털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최근 일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가스, 전기, 공항, 수도, 철도, 의료, KAI(한국항공우수산업) 등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흑색비방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입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물론 당선자까지 아니라고 발 벗고 나서도 인터넷을 통해 돌아다니는 유언비어는 그칠 줄 모른다. 일단 공격논리를 하나 알게 되면 해명 등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누리꾼들은 수도사업 민영화를 기정사실화하며 이제 막 당선된 박근혜 당선인의 책임인양 퍼뜨리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홍성군에서 상수도 위탁보수 관련 문제를 수도사업 민영화로 몰고 가기도 했다.

 

실상 따져보니 노무현 정부 때 물산업을 20조원 규모로 키우고 세계 10위권의 물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물 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었고 상수도 민영화는 여기에 수반되는 산업이었다.

 

게다가 홍성군은 상수도 누수율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도 없어 전문기관에 위탁 관리하려는 입장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맞는 말이다.

 

문제는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선동되고 있는 누리꾼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검증되지 않은 채로 유포되는 글들은 쓸데없는 살이 덧붙여진 채 무분별하게 퍼날라지고 있다. 물 민영화가 전국적으로 번질 것이란 추측들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과거, 거짓 광우병 사태 때 불순세력들이 묻지마식 루머를 퍼뜨린 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그때와는 달리 팩트를 요구하거나 사실관계를 따지려는 합리적인 누리꾼들이 많아진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 등록금 4.7% 인상, 민자도로 요금 인상, 광역 상수도 요금 인상, 충청 경북 수도 민영화, 소주 밀가루등 생필품 8.7% 인상, 국채 6조원 발행해서 내년 예산 증액, 재계와 조중동 박근혜 복지공약 철회 요구”,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추진, 문재인 고소준비, 나꼼수 검찰소환 준비, 언론노조원 대량해고, 중징계, 강원도와 경북수도 민영화, 5.18 폭동발언, 부가세 12% 인상 감행, 밀가루 가격상승.... 이제 하루 지났는데..”

 

누리꾼들의 트윗 내용이다. 그 말대로 하루 지났는데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위의 말도 안되는 거짓선동의 확산 과정을 보니 참으로 가관이다.

 

바꿔 말해볼까. 만약 저 위의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 실제라고 가정하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면 안 일어날 문제들이란 말인가? 박 당선인이 하루 이틀만에 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이성적인 판단은 모두 결여돼 있다는 얘기다.

 

공기업 민영화를 나쁘게만 보는 것도 문제다. 사실상 독점 체제인 공기업은 경쟁이 없기 때문에 적자를 내는 구조를 개선할 의지가 부족하고, 경쟁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적자를 내도 정부가 이를 메워주기도 하니 일도 안하고 국민들의 혈세를 축낸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반면 민간기업이 등장하면 경쟁에 의해 상품개발을 통해 질이 좋아지거나,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값을 내릴 수도 있다.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유지될 수 없기에 이윤을 내기 위해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공기업만의 독무대였던 시장에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경쟁을 유도하자는 게 바로 공기업의 민영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제2의 광우병 괴담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보다 분별력 있는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난 2008년 ‘수입되는 미국 쇠고기는 모두 광우병 고기이며 수돗물로도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말도 안되는 루머가 퍼져나갔다. 누군가가 루머를 생성해내면 이는 여과없이 인터넷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독도를 일본에 팔아넘겼다. 이미 독도 포기 절차가 시작됐다’는 루머가 번진 적도 있다.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 문자메시지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됐. 정부는 소문 발원지를 조사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한미FTA 때는 또 어땠던가. 마치 온 나라를 미국에게 갖다 바치는 양 잘못 전해지는 일들이 벌어졌다. 결과는 어떤가. 미국과의 수출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현실성이 없지만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는 정보들은 여전히 많다. 현실성 없는 얘기를 누군가 했을 때 자신들의 입장과 맞아 떨어지면 앞뒤 재지 않고 그대로 이를 퍼나르는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가장 크다.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었을 때 이를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휩쓸리는 것이다.

 

괴담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각종 민영화 이야기들은 이제 그만 떠들어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정권을 마타도어 하며 나라를 흔들려고 하는 이들이 과연 제정신인지 궁금하다.

 

이명박 정부내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던 괴담들이 얼마나 많은 사회갈등과 이념 갈등을 양산해 냈던가.

 

거짓이 난무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을까. 인터넷 선진국에 걸맞는 성숙한 온라인 문화를 만들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은 오롯이 누리꾼,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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