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첫 문을 열 주인공으로 선택받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겐 여유롭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만한 짬이 없다. 선거 기간 동안 너와 나, 당신들과 우리들 사이에 쪼개지고 벌어진 틈을 메우고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 곪고 썩은 부분이 있다면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 인사문제와 측근에 대해 일찍부터 걱정했던 일부의 시선을 거두기 위해 보란 듯이 단도리도 잘 해야 한다. 당선인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민생과 탕평 국민통합을 위해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져야만 한다. 정권교체를 원했던 열망이 더 컸음에도 국민이 박근혜를 선택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역사가 과거를 증오하는 세력이 아닌 박근혜 당선자에게 ‘청산’의 과제를 맡긴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현재의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때 박근혜 당선자는 미래를 연 첫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게 진정한 과거사청산이자, 국민통합이다.
 
그러나 과거사청산과 국민통합이 무조건적인 사과나 용서를 의미한다거나 원칙 없는 잡탕식 통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용서와 사과, 통합의 기본 밑바탕에는 잘못된 오류를 바로잡는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언론문제가 그렇다. 박 당선인은 대선과정에서 MBC 사태에 대한 끊임없는 압박을 받았다. MBC 사태의 본질을 알리고 정확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보다는 적당히 야합하고 눈치 보는 이들이 박 당선인의 눈을 가리려고 한 탓이다. 그 바람에 선거 막판 MBC노조로부터 김재철 사장 퇴진 약속을 지키라는 어처구니없는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이 주제넘게 나서 MBC노조를 찾아가 박 당선인을 곤경에 빠뜨리게 했던 일이 대표적 사례다.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일이다.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적당히 야합하여 무마하려다가 오히려 더 큰 곤경에 빠지게 된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원칙 없는 ‘묻지마’ 통합을 경계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향후 국정운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MBC노조는 상식적인 언론인이라기보다, 상식적 노조집단이라기보다 제3의 정치집단으로밖에 볼 수 없는 세력이다. 이런 세력이 국민알권리를 빙자하여 정권불복종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 광우병 방송이다. 내용 중 상당수가 허위와 왜곡으로 판명된 이 방송으로 국민은 근거 없는 불안에 떨었고, 이로 인해 이명박 정권은 집권초기부터 흔들렸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 일을 계기로 이명박 정권은 그 어떤 일을 해나가는 데도 동력을 얻기 힘들었다. 언론이 양심을 잃고 정치를 선택했을 때 국가에 어떤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본보기다.
 
국민통합이 시대적 과제임에도 박근혜 당선인은 그 과정에서 원칙 없는 묻지마 통합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용과 포용의 형태가 적당히 무마하는 식이 되어서도 안 된다. 당장 시끄러운 것이 싫다고 언 발의 오줌누기식으로 대처했다간 하지도 않은 약속 지키라며 삿대질 당하는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게 된다.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MBC 사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느꼈던 황당함, 곤란함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MBC 사태는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장장 170일간 파업을 벌이고, 회사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입맛에 맞지 않는 사장을 내쫓기 위해 집요하게 일을 벌여온 노조의 행태는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을 뿐이다. 박 당선인은 MBC 사태의 이러한 본질을 정확히 알고 국정운영을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본질은 가리고 야합은 가까이 하는 측근과 조력자들을 곁에서 물리쳐야 한다.
 
MBC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자리매김 하도록 도와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통합뿐 아니라 개혁의 과제도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우리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옷들은 버려야 한다. 옛것이라고 다 낡은 것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시대착오의 구태와는 결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결탁해 방송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는 공영방송 언론인들의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혁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최고의 가치인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주되, 언론인들이 언론권력을 자신들만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권력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박 당선인은 언론이 권력을 미화하는 데 쉽게 악용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동시에 제4의 권력인 언론이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 있도록 해서도 안 된다는 소리다.
 
박근혜 당선인 앞에는 많은 난제들이 쌓여 있다. 그 중 하나가 MBC의 위상을 제대로 찾아주는 것이다. 대선 기간 중 특정 정치세력에 MBC 내부의 기사가 사전에 유출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정치세력이 보도에 일일이 간섭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게 아니다. 노조권력이 경영진의 권리를 침해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공영방송사에서는 당연시 되고 있다. 세계 어느 민주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MBC가 처한 현실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이 MBC 사태를 지금껏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해왔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곁에 있는 아부꾼들의 야합 설득을 물리치고 망가진 MBC가 스스로 위상정립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 길은 MBC가 여야를 막론하고 그 어떤 정치세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온전히 환골탈태하도록 방송독립을 지켜주는 것이다. MBC 사태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느냐도 박 당선인이 새 시대의 첫 문을 여는 위대한 여성 대통령이 되느냐, 아니면 마지막 구태의 권력자로 남느냐가 달려 있다. 박 당선인이 시대의 과제를 놓치지 않는 당당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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