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84)과 MBC 간부들의 회의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 최모 기자가 회의 당시 최 이사장 스마트폰과 1시간 넘게 연결된 상황에서 회의 내용을 녹취한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동아일보가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고흥)는 13일 최 기자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녹취록’ ‘녹취파일’이라는 표현 등이 담긴 메모 문구와 회사 보고 내용 등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녹취 파일 원본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녹취록이나 녹취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건 발생 뒤 최 기자가 전화기를 새로 개통해 녹음 파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기자는 12일 검찰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고령인 최 이사장의 실수 탓에 최 기자가 회의 내용을 녹취하게 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최 이사장은 10일 검찰에서 “회의 전 걸려온 최 기자 전화를 잠시 받은 뒤 ‘다음에 (통화)합시다’라고 하며 끊었는데, (조작 미숙으로) 켜져 있었던 사실을 회의가 끝나고야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이사장이 회의한 시간과 최 이사장과 최 기자의 전화 연결 시간이 일치하는 것도 확인했다. 최 이사장이 일부러 최 기자와의 통화를 끊지 않았을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그럴 개연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경로를 통한 유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기자의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거나 공개·누설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
 
최 기자는 ‘최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조정본부장이 비밀리에 만나 정수장학회 보유 MBC 지분 매각을 논의한 비밀회동 대화록을 확보했다’며 지난달 13일과 15일 보도했다. MBC는 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최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도청 의혹이 제기되자 한겨레는 “적절한 시기에 취재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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