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대선 개입을 우려하는 발언을 몇 차례에 걸쳐 한 바 있다.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는 임기 말까지 하루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안보의 경우에는 북한의 무력도발 뿐만 아니라 우리 대선에 개입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대비를 철저히 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튿날에도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오전 이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태국 순방길에 앞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철저히 감시하고, 노골적인 대선개입 의도에 대해서도 대비책 강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며 이 대통령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선 개입을 우려하는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은 남한 대선에 북한이 개입하는 것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민의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걱정 어린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대통령의 발언을 굳이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런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기 대통령에 도전하는 세 명의 대선 후보들이 경제뿐 아니라 안보문제에 있어서도 제대로 된 안보 공약들을 내놓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현재까지 내놓은 안보정책들을 볼 때 대략 큰 차이가 없이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들의 안보행보 긍정적이나, 대외환경변화 적용된 구체적 안보정책 있는지는 의문

 

세 후보는 모두 원칙을 중요시 하다 남북관계에 어려움을 겪은 이명박 정부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박 후보, 문 후보 모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 김정은과도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표명했다. 비슷한 정책을 내놓은 안 후보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각론에 들어가면 차이는 분명 발견되지만, 어쨌든 세 후보가 모두 자신들의 가치와 철학에 맞게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반도 현실에 맞는 대북정책으로 섬세하게 손질해 나갈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세 후보가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안보에 있어 불안을 느끼는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인 점은 바람직한 행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 9월 강원도 양구군 동면 월운리 수리봉 21사단 유해발굴현장을 직접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한 바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역시 최전방 군부대를 방문해 자신이 안보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북한의 군사적인 도발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우리 군은 철저한 군사적 대비 태세로 국민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하며 국민의 안보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대선 후보들이 경제와 더불어 안보를 가장 중요시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후보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달리 외교안보통일 정책에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과연 각 후보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운 감이 든다.

 

미국은 오바마2기 정부가 시작됐고, 중국은 시진핑을 총서기로 하는 새로운 지도부 체제가 들어서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이 달라졌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 중국 신임 상무위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과 우호적인 협력 전통에 익숙한 인물이라고 한다. 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은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 2년 동안 유학한 경험이 있는 북한통이고, 시진핑 총서기 역시 국가부주석에 오른 뒤 첫 방문 국가가 북한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주변 국가의 정치적인 환경 변화는 우리의 안보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의 대북정책, 외교정책, 안보에 대한 가치관과 인식 등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국민들 역시 그 점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구체적이고 뚜렷한 안보비전 제시는 국민 입장에선 절박한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후보들이 현재까지 내놓은 정책들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평화로운 한반도 건설’이란 원칙론에 머물고 있을 뿐 치밀한 정세분석을 바탕으로 실현가능하고 타당한 정책인지, 구체적인 설계도는 마련돼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 것이다.

 

세 후보가 모두 NLL 사수 의지를 밝혔지만, ‘어떻게’란 구체성이 빠져 있고, 남북관계도 막연하다. 일부 후보, 심지어는 세 후보 모두 북한에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일부 강경한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사기도 한다.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 세 후보 모두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탓이 아닌가 싶다.

 

확실한 것은 다음 정권은 튼튼한 한미동맹 아래 중국과의 관계도 더욱 밀접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단기간 내에 북한 급변사태라도 벌어지게 된다면 두 국가의 적극적인 협조 없인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선 역시 대선 후보들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안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안보우선 관점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자칫 경제와 안보가 따로 떨어져 있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경제와 안보는 갈수록 더 복잡하게 얽혀 서로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고차원 방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안보가 무너지면 경제에도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덕담만 늘어놓는 수준, 원론적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수준으로는 국가안보를 튼튼히 할 수 없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이라는 원론적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정권은 어쩌면 안보가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대선 후보들이 안보에 대해 더욱 구체적이고 뚜렷한 비전과 관심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다. 국민입장에선 매우 절박한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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