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로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청문회는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야합해 낳은 기형아다. MBC노조라는 언론집단이 정치에 꼬리를 치고 유혹하고 기만해 만들어낸 비정상적인 괴물이자, 정치적 불륜으로 결코 낳아서는 안 될 기괴한 괴물을 낳은 꼴이다. 환경·노동 분야의 각종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제를 생산해 내야할 환노위가 엉뚱하게도 특정인을 매장하기 위해 살벌한 죽음의 굿판을 벌이는 것을 보고 누가 ‘공정언론’과 ‘정의’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까? 노사의 상생·발전을 유도해야 할 환노위는 이성을 잃고 위선의 탈을 쓴 노조권력의 기만에 속아 넘어가 그들을 위한 보복의 장을 마련한 것일 뿐이다.

MBC 청문회는 하나부터 열까지 도무지 상식에 부합하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늘 상대정치세력을 비난해 왔던 게 날치기였다. 한미FTA, 미디어법, 예산안 등 수많은 법안 통과에 대해 ‘날치기 폭거’ ‘민주주의 파괴’ 등으로 부르며 상대를 세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하고 비상식적인 자들로 몰아세웠다. 소수를 인정하지 않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온갖 험악한 표현을 동원해 비난을 퍼부었다. 최소한의 양심을 가졌다면, 적어도 평소에 그런 주장들을 해온 점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청문회 날치기라는 이율배반을 저질러선 안 되는 것이다. 환노위의 청문회 날치기는 그동안 자신들이 외쳐온 온갖 명분과 논리가 한낱 위선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가증스런 위선이 드러났는데도, 그 증오의 굿판을 누가, 무엇 때문에, 왜 인정해야 한단 말인가? MBC 청문회가 정당성을 잃은 이유다.

여야 합의 깬 환노위의 MBC 청문회 개최, 노사문제를 정치문제로 변질시킨 부패청문회

환노위의 MBC 청문회 개최는 19대 여야개원 합의도 정면으로 위배했다. 지난 6월말 MBC 관련 여야가 합의한 사안은 이것이었다. “여야는 8월초 구성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 위해 노사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판단 및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하도록 협조하며 이를 위해 언론관련 청문회가 문방위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한다.” 노사 양측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처리한다는 것으로, 언론관련 청문회는 문방위에서 개최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합의 어디에도 김재철 사장을 사퇴시킨다는 내용은 없다. 야당과 노조편향 언론들은 처음부터 이 내용을 ‘사실상’이란 표현을 붙여 마치 김 사장 사퇴에 여야가 합의한 것처럼 여론을 선동하고 억지 주장을 펴왔지만, 이 합의 내용 어디에도 김 사장 퇴진 문제를 명시하지 않았다.

여야 합의문에는 분명 “노사 양측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상식과 순리에 따라 처리하고 언론관련 청문회는 문방위에서 개최토록 노력한다”고 돼 있다. 백번 양보해 김재철 사장 청문회를 개최한다면, 합의문에 따라 MBC노조에 대한 청문회도 반드시 열려야 한다. 또한 김재철 사장 청문회를 개최해도 노조측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흐르는 청문회가 되선 안 된다. 당연히 사측의 주장도 노조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환노위의 MBC 청문회는 어떤가? 날치기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문방위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한다는 여야 합의를 처음부터 깼다. 노사 양측의 요구를 상식과 순리에 따라 처리한다는 합의 역시 완전히 깼다.

김재철 사장, 안광한 부사장,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을 증인으로 불러 세워 노조위원장 정영하, 사무처장 강지웅, 앵커 최일구, PD수첩 PD 최승호, 심지어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 무용가J씨의 일본인 남편까지 증인과 참고인으로 들러리 세워 김 사장과 경영진 뿐 아니라 여당까지 한 번에 묶어 보내겠다는 노조와 야당의 정치적 야욕만이 번뜩이는 틀을 만들었다. 이 청문회가 단순히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장이라고 생각할 이는 아무도 없다. 환노위는 노사문제를 정치문제로 변질시켜 썩은 냄새가 폴폴 나는 부패한 청문회로 만들어 버렸다. 환노위의 MBC 청문회 개최는 이렇게 형식도 내용도 처음부터 끝까지 비상식과 불합리, 순리를 역행하는 모순과 부조리 그 자체다.

비정상적으로 탄생한 청문회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

이렇게 노조와 야당이 처음부터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부적절한 관계 속에서 태어난 것이 환노위 청문회다. 이런 청문회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괴물과 싸우지 않고 그 입속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정의인가 불의인가? 정치적 꼼수와 정언유착·야합에 의해 탄생한 이런 청문회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이런 청문회를 용납한다면 정치권력자들이 언제든지 숫자놀음으로 정적을 죽이고 단죄하고 보복하는 일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MBC노조와 같은 언론권력자들이, 이기적 집단들이 언제든지 정치권력과 붙어먹고 야합하고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 질 수 있다. 불의가 세상을 심판하도록 방관하는 것만큼 이 세상을 저주하고 망치는 일은 없다.

환노위의 MBC 청문회 개최. 대선을 앞두고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여야합의를 깨고 상식과 합리를 떠나 비상식과 몰상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순리를 역행해 개최되는 이런 기괴한 청문회는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 명분도 없이 공영방송사 사장과 경영진을 청문회라는 단두대에 세워 목을 치려는 것은 언론말살이자 언론자유에 대한 정치의 악랄한 강간과 다름이 없다. 그런 짓을 벌이고도 정의를 떠들고 언론자유를 떠들 노조와 야당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야당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지 그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더욱 답답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환노위의 MBC 청문회 개최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 야당이 합의를 깨고 힘의 논리로 강행한 반민주적 테러이자, 노사 양측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수용해 판단해야 한다는 상식도 파괴한 짓이다. 신성한 국회에서 MBC노조를 위한 피의 카니발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도 민주주의 승리를 떠올릴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쾌감을 느낄 몇몇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노위 청문회는 원천적으로 무효다. 잘못된 선례로 남아선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반드시 열어야 하겠다면 최소한 국민이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게 증인과 참고인 선정을 다시 해야 한다. 또한 MBC노조에 대한 청문회도 반드시 열어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춰야 한다. MBC노조라는 성역을 남겨두고선 그 어떤 방식의 청문회도 공정과 정의를 얻을 순 없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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