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굶주린 북한의 군대가 심상치 않다. 6일에는 17세 북한군 병사가 ‘북한 사회에 희망이 없다’며 귀순했다. 올 해 들어 세 번째다.

 

군부대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통일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북한군 배급 식량은 일일 옥수수 300g. 탈영병 비율은 5~10%에 달할 것이라 한다(출처 : <북한군 기강해이에 관한 연구> 2010년 12월 刊). 올해 渡江(도강)해 한국에 온 군 출신 한 탈북청년은 자신은 하루에 200g 남짓 식량을 배급받았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산적처럼 변하기도 한다. 예컨대 ‘좋은 벗들’ 북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오늘의 북한소식’지에서 “평안북도 의주군의 한 주민이 150평 감자농사를 지었는데 군인들에게 몽땅 도둑맞아 지금은 캘게 없다”고 소개했다.

 

배가 고프니 기강이 무너진다. 충성심도 줄어든다. 최근 북한 관련 기사에는 북한 군 내부 집단구타, 가혹행위, 총기난사 등 보도들이 심심치 않다. 탈북자 안찬일 박사는 김정일 사망 직전 한 세미나에서 “북한군이 김정일 정권에 충성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북한 군인은 90년대 초중반 출생자, 노동당 배급이 아니라 어머니의 장마당 수입으로 근근이 먹고 산 세대이다. 처절한 장사로 자식을 먹여 살리는 부모를 보며 노동당·김정일 父子(부자)를 위해 목숨 바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돈이 없으니 통치집단 내 갈등도 커진다. 이른바 통치자금 枯渴(고갈) 탓이다. 공안기관 한 관계자는 최근 군부 실력자 리영호 숙청을 가리켜 “통치자금이 바닥 난 김정은이 군대 돈까지 건드린 김정은 對(대) 군부의 갈등사례”라고 말했다. 실제 김정은은 2010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1년 동안 군대의 사단장, 부사단장급 중간간부 300여 명이 군복을 벗겼다(안찬일 박사 증언).

 

북한은 최근 새로운 경제관리조치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긴 어려웠다. 환율·물가가 치솟는 등 체제불신은 더욱 커졌다.

 

차문석 통일교육원 교수는 9월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북한 경제리뷰에 실은 보고서에서 “북한 경제는 파탄위기이며 이는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때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차 박사는 태양절 행사 등 정치행사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부은 것을 원인으로 들었다. 실제 북한은 올해 태양절 행사 비용으로 지난 해 북한 예산의 1/3인 2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북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체제단속이 심해진다. 김정은은 7일 “불순분자들을 짓뭉겨 버리겠다”고 공갈쳤다. 비슷한 시기 김정은은 “불법전화 소탕작전”을 지시했다. 압록강·두만강 도강 등 탈북자 단속도 강화됐다.

 

2.

북한주민의 삶은 어려워지는데 김정은은 숨 쉴 틈 없이 옥죄고 있다. 주전자에 물은 끓는데 뚜껑은 물론 입구까지 막아버린 셈이다. 남은 것은 內爆(내폭)! 김정은 스스로 북한의 급변사태를 자초하는 건 아닐까?

 

급변사태는 ①북한내부 통치자금 枯渴(고갈)·권력 葛藤(갈등)·민심 動搖(동요), ②내부 긴장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북한의 挑發(도발)과 ③국군의 膺懲(응징) ④擴戰(확전)을 명령하는 김정은과 확전을 피하려는 엘리트 집단의 均熱(균열) ⑤북한내부 군사적 衝突(충돌)과 亂民(난민) 유입(DMZ를 넘어 남한에 투항한 인민군 포함)이라는 다섯 단계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많다.

 

북한 내 혼란이 시작돼 DMZ 북한군 1000명만 한국에 투항해 내려와 버리면 상황은 급격히 변화할 것이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난민들도 밀려들면 김정은 정권은 한계에 직면한다. 군인은 목숨을 건 모험에 능하고 불만·불평도 많으니 최적의 혁명집단이다. 이들이 1000명 만 넘어오면 자유통일의 물꼬가 트이는 것이다.

 

DMZ를 통일의 루트(route), 북한인민을 위한 자유의 血路(혈로)로 만들기 위해선 북한 인민군에 대한 심리전이 필수적이다. 이런 면에서 북한청년이 10년이나 군에 가는 것은 통일의 기회다. 10년간 복무는 10년간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칠 교육의 창구다.

 

3.

북한은 한 번만 걷어차면 무너질 것이다. 남은 것은 한국의 선택이다. 2013년 정상적인 대통령이 당선되면 급변사태를 북한 안의 內波(내파 : 북한 붕괴의 불똥이 남한에 튀지 않게 만드는 것)로 묶어 자유민주주의 통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골수 햇볕론자들이 당선돼 소위 연방제 같은 형식으로 남북을 묶으면 한국도 경제적 몰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까지 끼어들면 한반도 전체는 안개 속에 빠져든다. 대권후보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지만 2012년 대선은 남북한 체제를 가를지 모른다.

 

*) 2012년 12월 골수 햇볕론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수단·방법 안 가릴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 햇볕론자들은 또 국군에게 “북한의 도발에 응하지 말고 그냥 맞으라”는 식으로 지시할 테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左傾化(좌경화)된 대통령이 집권했다 해도 무기를 가진 집단인 국군이, 북한이 쏘는 대포와 탄환을 맞고만 있기란 불가능하다.

 

좌경화된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지대 등 남북한 군사적 충돌의 필드를 확장해 버리면 북한도발→국군응징→급변사태로 이어질 확률은 더 높아진다. 북한의 몰락도 피하기 어렵고, 도발도 피하기 어렵고, 국군의 응징도 피하기 어렵다. 좌경화된 대통령은 이미 망한 북한을 구하겠다며 소위 ‘민족공조’하면서 남한도 함께 진창에 몰아넣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선, 북한이 망하고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하느냐 아니면 북한은 정치적 붕괴, 남한은 경제적 붕괴로 한반도 전역이 몰락하느냐 둘 중의 하나의 선택뿐이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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