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문제인에게 모두 뒤진다는 조사가 나왔다. 왜 이런 수치가 나왔을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여론조사 자체에 꼼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지인(知人)이 겪은 사례를 보고 그렇게 유추하는 것이다. 전화가 왔기에 받았더니 선거 여론조사라 하더란다. 한데, 나이를 묻기에 답했더니 딱 하고 끊더라는 것이다. 꼰대들한테는 아예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공성이 있는 여론조사인지 어느 한 정파의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둘째는, 그런 꼼수가 아니더라도 박근혜가 밀릴 이유는 충분히 있다. 그 자신이 “나는 밀리고 있습니다”라고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는 공격은 하지 않고 수비만 했다.

 

5. 16, 유신에 대해 사과한 것은 밀려서 한 것이지 선제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밀려서 궁색하게 하면 약효가 없다. 아니, 오히려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 불리하게 된다.

 

5. 16, 유신에 대해 처음에 아예 우파 학계 일반의 객관적 해석, 예컨대 고(故) 김일영 교수의 소견 같은 것을 원용하며 공과(功過)를 당당하게 말하고 일부 사례에 대해 유감을 표했더라면, 그런 궁지를 한결 자초하지 않았을 것이다. ,

 

사과도 선제적으로 해야지 패(敗)해서 하는 모양새가 돼선 ‘싸움’으로선 지는 것이다. 그리고 맞고 지기 시작하면 인기는 떨어지게 돼있다. 운동경기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박근혜와 그 진영은 싸움이 무엇인지, 싸움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싸우는 자의 기(氣)와 배짱과 기술과 타이밍과 작전은 어때야 하는지를 도무지 모른다. 그의 지지층인 ‘보수’로서도 아무리 응원을 하려 해도 선수가 도무지 싸우질 않으니 적잖이 맥 빠지고 실망했을 것이다.

 

싸움의 핵심은 공격에 있다. 수비는 기본일 뿐, 승패를 가르는 것은 공격이다.

박근혜와 그 진영은 지금까지‘ 치고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싸우지 않는 선수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유도, 레슬링, 권투를 할 때도 선수가 공격을 하지 않으면 심판이 경고를 한다. 그는 선수로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이번 선거에 임하는 그와 그 팀의 기본전략이 그렇게 짜였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그 팀의 기본 전략은 한 마디로 ‘좌파 콤플렉스’다.

그들은 그래서 ‘참다운 중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새누리 식 중도’로 갔다. 그렇게 하면 ‘이른바 중도’ 표를 얻고 좌파의 공격을 둔화시킬 수 있으려니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이른바 중도’는 안철수에게 갔고, 좌파는 “그래, 네 아버지 잘못했지? 너도 인정했지?” 하며 의기양양해졌다. 10월 유신(10/17) 날을 전후해서는 “유신망령 부활 규탄행사‘ 등 범좌파의 공세가 박근혜의 ’사과‘로 둔화되기는커녕 더 심해질 판이다.

 

한국 대통령 선거는 전쟁이다.

전쟁에는 프로페셔널 전사(戰士)만이 출전할 수 있다. 담론투쟁, 프로파간다 투쟁, 동원투쟁, 편 짜기, 기 싸움에서 시종 선수(先手)를 쥐어야만 이길 수 있다. 그게 전사적 자질이다. 박근혜와 그 팀은 이런 ‘싸움의 기본기(技)’에서 상대방에 뒤져도 한참 뒤져 있다.

 

류근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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