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뻔뻔하다.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그런 답변을 했는지 모르겠다. 27일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 “사장님이 공방협에 소홀해 퇴진주장까지 하게 됐다”고 답한 정영하 MBC 노조 위원장 얘기다. 폴리뷰 기사를 보니 김광동 이사 증언에 의하면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 노조 활동에 대한 비판적 질문과 문제 제기에 “그렇게 판단하실 수 있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 말엔 자신들의 현재 행태가 남들에게 비판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정영하는 손가락질 받는 자신들의 모습을 정말로 알고 있다는 뜻일까?

사람의 생각은 그렇게 순식간에 바뀌지 않는다. 정영하가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 그리 공손하게 답했다는 27일 노조는 특보를 통해 MBC경영을 이끄는 사장과 임원들을 향해 여전히 ‘김재철 일당’ ‘테러조직의 수괴와 같은 김재철’ 등 최소한의 기본 예의도 잃은 막말을 쏟아내며 사장과 회사를 비난했다. 무용가J씨에 대해서도 여전히 ‘배임 혐의의 핵심 인물’이라며 마치 범죄에 연루된 인물처럼 묘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날 방문진 이사들 앞에선 마치 자신들에 대한 비판도 수긍하는 것처럼 온순하게 굴었다. 노조 입장에서 사장을 갈아치우려면 방문진 이사들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여권 이사들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다.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키려면 여권 추천 이사들에게 온순한 양처럼 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지울 순 없다. 아무리 정영하가 양의 탈을 썼다고 해도 과거 자신이 뱉어놓은 말들을 없앨 순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10년 엄기영 전 사장이 사표를 쓰자 방문진이 후임 사장을 선정할 때 노조는 이미 그 어떤 사장도 ‘정권의 낙하산’이기 때문에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만천하에 공표했었다. 당시 많은 언론들은 노조가 쏟아낸 거칠고 격한 투쟁의 언사들을 낱낱이 기록해 놓았다. 사장이 누가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사장 출근투쟁저지와 파업을 결의하고 정권불복성격의 사실상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었다. 정영하가 현 노조 집행부의 위원장으로 당선됐던 지난 2011년 1월 말에도 “공정방송 수호보다 김재철의 연임을 막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언론을 통해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었다.

무용가J 일본인 남편 편지, PD수첩 작가 등 여전히 국민 기만하는 MBC노조

간단하게 인터넷만 검색 해봐도 정영하의 속보이는 거짓말은 이렇게 금방 들통이 나고 만다. 그런데도 정영하는 위선의 탈을 쓰고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 능청스럽게 쇼를 한 것이다. 방문진 이사들이 그런 거짓 쇼에 속아 넘어갈 바보들인가? 정영하는 상황 판단을 잘못했다. MBC노사 의견청취 자리에 김재철 사장이 출석하지 않았다고 노조와 친노조 성향의 언론들은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을 대놓고 무시했다고, 오만하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로 방문진 이사들을 기만한 정영하와 그 자리에 출석하지 않은 김재철 중 누가 더 방문진을 대놓고 무시한 것인가? 누가 더 국민을 기만한 것인가?

여전히 무용가J의 일본인 남편 카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노조의 행태도 대국민 기만 행각 중 하나다. 그자가 자발적으로 자기 아내의 사생활을 밝혀달라는 한심한 편지를 부치겠다고 연락 해와도 먼저 말려야할 사람들이 바로 노조다. 적어도 언론이 사회의 공기(公器)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본적 상식만 갖고 있어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특보에서 그 자의 허튼 행위들을 열심히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는 부추기까지 한다. 하기야 노조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그 일본인의 편지가 노조 입장에선 쓸모가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남의 가정사를 자신들 목적에 이용하는 행태는 국민 지지를 얻어낼 수 없다. 만약 그 방법이 통했다면 남의 얘기 좋아한다는 대중도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반응이 없다는 것은 호기심 많은 대중 역시 노조의 삼류 행태는 정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PD수첩작가 문제를 지속적으로 걸고넘어지는 것도 대국민 기만 행각 중 하나다. 프리랜서 작가들이 마치 종신 고용된 정규직 인력인양 ‘해고’라는 표현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사측이 PD수첩 제작을 중단했다고 정권의 음모 운운하며 비난하더니 막상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작가들을 모집하겠다고 하니, ‘대체작가’ 모집에 나섰다고 또 비난을 퍼붓는다. 도대체 PD수첩을 만들라는 말인가, 만들지 말란 말인가? PD수첩을 ‘광우병 허위보도’ 제작에 참여한 작가들 ‘그때 그 사람들’에게만 맡겨야 한다는 그 아집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PD수첩은 그때 그 사람들만의 소유란 말인가? 거짓 방송에 관련된 작가들이 PD수첩 기득권을 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해도 된다는 얘긴가?

정영하, 이용마는 양의 탈을 벗고 진실한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야

파업 시작부터 지금까지 노조는 자신들의 기만적 행위들을 비판하는 국민 여론에는 귀 닫고 눈감으며 독선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면서도 노조위원장은 양의 탈을 쓰고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 “사장님이 공방협에 소홀하셔서~” 이 따위 소리나 하며 또 속이려 들고 있는 것이다. 정영하는 방문진 이사 앞에서 “노조를 그렇게 보실 수 있겠다”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할 게 아니라 국민 앞에 나와 자신들의 기만적 행위를 솔직하게 사과하고 정정 당당하게 김재철 사장을 비판해야 한다. 거짓말하고 과장하고 최대한 부풀려서 속이려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으로 김 사장을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그건 노조의 회사 공격이 그만큼 정직하지 못한 야비한 술수에 불과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시커먼 먼지가 묻은 그런 자신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면서 폴리뷰를 향해 극우매체로 지칭한다고 노조가 갑자기 진보언론인들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비판을 비방이라며 자신들이 피해자인양 주장한다고 해서 노조의 행위들이 국민들 지지를 얻고 정당성을 얻는 것도 아니다. 노조는 진보와 민주를 가장한 극단적인 수구적 행태와 반민주, 약자를 가장한 기득권자의 만행을 그치지 않고선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특보를 아무리 열심히 발행하고 회사를 아무리 욕하고 온갖 트집을 잡아가며 MBC와 MBC식구 전체를 물귀신처럼 몰락의 늪으로 끌어들인다고 해도 얻을 것은 없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정영하와 이용마 노조 집행부가 지금 할 일은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 늑대의 꼬리를 드러낸 채 양의 탈을 쓰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가면을 벗고 진솔하게 국민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이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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