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전태일재단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유족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25분께 현장에 도착, 전태일재단으로 향했으나 유족과 시민단체, 기륭전자 및 쌍용차 노조원 등 60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이동을 막아 결국 박계현 재단 사무국장과 약 4분간 전화 통화를 한 뒤 10시29분께 발걸음을 돌렸다.

 

전태일 열사 유족들은 박 후보 방문에 앞서 성명을 내고 “너무 일방적인 통행이라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방문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암울했던 시간을 가슴 속에서 지울 수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고 싶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이라는 항거할 수 없는 법에 종속돼 노예처럼 하루하루를 사는 오늘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사람끼리 마음의 소통 없이 행동하는 박근혜 의원의 방문 자체가 너무 일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기 생각을 모든 사람에게 정당화하려는 독선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전순옥 의원도 성명을 내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박 후보가 좋은 취지로 재단을 방문하는 것이겠지만 이 나라 노동의 현실은 그렇게 쉽게 개선될 수 없을 만큼 문제투성이가 돼버렸다. 현재의 노동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재단방문 무산되자 청계천 6가에 있는 ‘전태일 다리’로 이동해 참배를 했지만 이마저 쉽진 않았다.

 

박 후보의 헌화과정에서 시민단체와 노조원들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 왔느냐”, “어떻게 여기를 모독하느냐”,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등 항의를 쏟아내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또 쌍용차 노조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전태일 동상 앞에 드러누운 뒤 고함을 지르며 박 후보가 놓은 국화꽃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전태일 다리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노제와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영결식 등이 치러진 곳으로 야권 인사들이 공직 출마를 할 때마다 찾는 상징적인 장소다.

 

박 후보는 전태일 동상 옆에 위치한 전태일 열사 분신장소에 잠시 머문 뒤 3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박 후보는 자신을 안내한 국민노동조합총연맹 김준용 전문위원의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실 거죠’라는 물음에 “네. 꼭 그렇게 하겠다”며 “오늘 못 뵌 분들한테도 얘기해달라.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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