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이명박과 공천 뒷돈 받아 처먹은 X"이라고...

 

며칠 전 TV에서 본 장면 하나. 러시아의 한 밀교(密敎) 집단의 경우였다.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수 십 년 동안 지하에서만 생활했다. 거기서 태어나 거기서 자란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있었다. 아주 최근에야 경찰에 적발돼 비로소 처음 이 세상 빛을 본 아이들이었다.

 

어제(8/13) 저녁 역시 TV에서 본 장면 하나.

탈북 청소년들과 이쪽 대학생들이 함께 ‘역사교실’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야기였다. 탈북 여학생 한 사람이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우리 역사에 이런 인물들이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기(북한)선 오로지 김일성 김정일 이야기만 배웠다.”

 

앞의 두 이야기는 결국 같은 이야기다.

북한 청소년들(어른들도)도 러시아 밀교 집단처럼 지하는 아니지만, 지하나 다름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 세상 빛을 보지 못하는 채 살기는 마찬가지다. 김일성 김정일밖엔, 이순신도, 김유신도 모른 채 살았다면 그건 깜깜한 동굴에 갇혀 산 게 아니고 무엇인가?

 

이처럼, 사이비 종교란 무서운 것이다.

사이비 종교는 정보통제, 무지, 세뇌, 맹신을 먹고 산다. 눈 가리고, 귀 막고, 방문 걸어 잠그고, 빛 막고, 오로지 한 가지 주문만 달달 외우게 한다. 다른 건 알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만들어 사람의 머리와 심장을 완전히 하얀 백지상태로 비운 뒤, 그 텅 빈 공간에 우상 하나만 우뚝 심어놓는다. 이게 러시아 밀교집단이고 오늘의 북한이다.

 

그런데 이런 밀교집단이 지하나 동굴 아닌 대명천지에도 있다는 게 참으로 희한하다.

민노총 골든 벨 집회에서 광주의 한 중학교 1학년 담임이란 소속원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당시 나이, 대한민국 국민의 원수 이명박과 공천 뒷돈 받아 처먹은 년의 나이를 모두 더하면 몇 살이냐”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위인한테 우리 아이들을 맡겨놓고 있다.

 

사이비 종교는 이처럼, 지하나 동굴에만 있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발고 넓은 천지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배운, 겉보기엔 멀쩡한 자들도 일단 한 번 빠지면 인사불성이 돼버리는 게 사이비 종교다. 몇 해 전에도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휴거’를 기다린다고 하면서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다. 종북(從北) 광신현상도 결국은 ‘휴거’ 광신현상과 똑같은 것이다.

 

지성(知性)이 차단된 믿음에 광신의 독버섯이 자란다.

마음을 맑게 닦음이 없이 무엇을 섣불리 믿는 것도 광신으로 빠질 수 있다. 광신으로 먹고 사는 음모가들과 사기꾼들은 그래서 지성과 맨 정신을 제 아비 원수처럼 여긴다.

 

지성과 맨 정신! 우리 시대의 싸움은 결국 지성과 반(反)지성의 싸움, 맨 정신과 주술( 呪術) 걸려는 자들의 싸움이다.

 

류근일 <언론인>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