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매체들이 27일에 이어 28일에도 ‘서울 불바다’를 언급한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성명을 계속해서 내보냈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시청이 가능한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키 리졸브 및 독수리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전하는 반면, 남한의 심리전을 겨냥해 임진각 등에 대한 조준격파사격을 언급한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의 통지문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접할 수 없는 대외용 매체인 중앙통신이 27일 조준사격 관련 내용 등을 전했지만, 이후 북한 주민이 접할 수 있는 중앙방송이나 중앙TV에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당국이 통지문 내용을 전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게 만드는 남한의 전단 및 달러, 동영상 자료 살포로 인해 김정일의 비화가 알려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은 과거에도 대북 전단 같은 남한의 심리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작년 5월 24일 천안함 폭침에 대한 우리 측 대응 조치로 대북 심리전 방침이 발표되자 북한은 전선중부지구 사령관 명의의 경고장에서 “확성기 등을 조준 사격 하겠다”고 했었다.
 
현재 북한당국이 가장 중시하는 문제는 3대 세습을 문안이 넘기는 것이다. 최근 북한주민들 속에 이슈가 되고 있는 중동 민주화 불길의 초점을 키 리졸브 및 독수리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돌려 벼랑 끝에 다다른 독재체재의 잔명을 연장하고 3대 세습을 이뤄 보려는데 목적이 있다.
 
북한당국은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元年)’으로 선포한 해이다. 북한이 지난해 식량 작황(作況)이 20년간 최고 수준인데도 주민들에게 식량배급을 하지 않고 있는 까닭도, 올해를 어렵게 넘긴 뒤 내년에 배급량을 늘려서 주민들로 하여금 ‘강성대국’을 실감케 하려는 고도의 심리 전술에 따른 것이다.
 
그런 김정일의 입장에선 남한의 대북 전단 살포와 키 리졸브훈련이 전군(全軍)·전민(全民) 을 동원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김정일이 협박, 공갈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핵실험, 미사일 발사, 조준사격 등)에 나설 가능성이 다른 때보다 크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그 길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김정일 독재정권의 운명을 가속화시키는 길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김은호 기자 kyz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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