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통합진보당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지도부는 잇따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7일 하루에만 1천명 이상의 당원이 탈당 의사를 표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당의 존립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강기갑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중단 없는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야권연대로 정권교체를 실현하자는 국민과 당원의 뜻이 꺾였다"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도 "당원의 뜻과 국민의 바람을 거스르는 결정이 이뤄져 죄송하다"며 "어제 결정은 통합진보당이 혁신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제3당으로서 위상을 제대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회의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당 운영이 전면 마비되면서 당의 진로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상황에 처했다.

구당권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지뢰밭이 산적해 있어 갖가지 현안을 놓고 거친 파열음을 낼 공산이 크다.

 

첫 번째 고비는 중앙위원회다.

 

신ㆍ구당권파는 지난 23일 중앙위원회를 열었으나 당직 인선과 비례대표 경선을 부정ㆍ부실로 판단한 진상조사 보고서 폐기 안건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결국 안건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중앙위 의장인 강기갑 대표는 조만간 다시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으나 회의가 언제 열릴지는 미지수다. 설사 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다시 파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관점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 재벌해체 등 갖가지 현안에 대한 혁신 작업도 표류하게 됐다.

 

강 대표의 거취도 관심이다.

 

강 대표가 이날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상적으로 당을 운영할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권을 내준다는 것은 결국 `백기 투항'과 다름없는 만큼 대표직 사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무려 1천150명(탈당 800명ㆍ당비납부 중단 350명)의 당원이 탈당 의사를 표해 당의 존립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현재 추세대로 탈당 러시가 이어질 경우 분당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강동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분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탈당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출신의 강 의원은 "유시민 전 대표와 상의한 게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유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명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제명하면 화합이 불가능해진다"며 "구당권파는 강기갑 혁신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히자 신당권파 의원들이 강하게 비난했다.

 

박원석 의원은 "김 의원이 중단 없는 혁신을 위해 제명안을 부결시켰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국민과 당원을 기망하고 있다"며 "당원의 바람을 부정하고, 야권연대의 파국을 바라는 보수세력에 선물을 안겨주는 정치적 범죄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 처리를 25일 중앙위원회 이후로 연기하면 뜻을 같이하겠다고 의사표시한 분이 있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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