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처리미숙으로 정치쟁점만 추가돼

 

韓日군사정보보호협정이 본의 아니게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정부의 근시안적이고 안일한 思考(사고)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는 외교적 망신살을, 싸움 좋아하는 정치권에게는 새로운 정치쟁점을 추가해 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협정안 자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이 절차 문제를 둘러싸는 문제만 부각시키고 있다. 여당은 ‘국민여론 무시론’을 민주당은 ‘매국論(론)’을 들고 나왔다. 국회 문을 닫아 놓고는 욕 잘하는 입은 열어 놓은 셈이다.

 

어떤 전문가는 “일본이 확보한 북한 정보는 우리도 실시간으로 확보해 왔고,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 해결할 기술적 수준을 갖췄다”고 했다. 또 다른 정보 전문가는 “우리나라만큼 북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으면 일본으로 부터 얻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한다.

 

한반도 입지조건 상 東아시아 패권 戰場(전장)이 될 수 밖에 없어

 

그런 자신만만한 논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안보문제를 그렇게 좁은 시각으로 단정해선 곤란하다. 우리 정부는 本 협정을 처리함에 있어 국민정서를 고려해서라도 오히려 공개적으로 떳떳이 추진했어야 했다.

 

차관회의까지 생략하면서 비밀리에 처리할만한 사유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그런 식으로 국민들이나 정치권으로부터 어떠한 반응이 나올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단 말인가?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든 지금 東아시아 안보환경이 전례 없이 불확실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팽창주의에 맞서 미국의 대외 정책 방향이 東아시아로 이동했다. 한반도는 입지적 측면에서 보아도 兩國(양국)간 覇權戰場(패권전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안보 환경이 주변국간의 힘의 논리에 의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對北(대북)정보는 일본보다 우리에게 절실하다

 

對北정보능력이 우리가 優位(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 韓日군사정보보호협정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북한을 대상으로 한 韓日군사정보협력 문제를 독도나 정신대 등 국민 정서와의 연계시키는 것은 國益(국익) 측면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일본보다 북한 정보가 더 많다는 것은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가 일본보다 북한정보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정보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며 수집능력 못지 않게 분석ㆍ판단능력이 중요하다. 북한정보를 북한지역에 관한 정보로 지엽적으로 보아선 안 된다. 동북아를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북한을 보아야 한다.

 

美, 일본을 아시아의 전략적 토대로 보고 있어

 

미국의 시각에서 亞太(아태)지역에서의 전략적 토대는 일본이며, 중국에 맞서 미국은 이 지역에서 일본의 역할을 더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전략은 北核 문제와 얽혀 일본이 核무장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韓日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매국論’으로 몰아 부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정치공세다. 本 협정은 兩國간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과 교환된 정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절차를 규정한 것이다. 韓美日의 ‘공동의 敵’이라 할 수 있는 북한 군사정보에 원할한 교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 세 나라의 정치·경제적 공조 역시 의미가 없게 된다. 그런 면에서 세 나라의 정보 교류 협력은 꼭 필요하다.

 

韓美日 3國간 정보협력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에 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中北간 동맹체제가 지속되고 북한이 호전성을 버리지 않는 한 어쩌면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는 문제라고도 하겠다.

 

安保 정책을 정치쟁점화 하는 관행 사라져야

 

지금 지구상에서 독자적으로 자주국방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미국 뿐이다. 모두가 집단안보체제를 통해 상호협력적으로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방개혁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야당 주도하에 원자력기본법을 34년 만에 與野 공동으로 개정함으로써 핵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길을 열었다. 이번에 정부가 비밀리 추진한 것은 本 협정이 정치문제화되어 처리가 힘들 것을 우려한 것 같다.

 

정치권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 동안 안보정책을 가지고 與野간 얼마나 정치적으로 싸움질을 벌였는가? 작금의 안보정세는 유동성이 너무 크다. 시간 끌 여유조차 없다.

 

韓日군사정보보호협정은 韓日 안보협력 보다 부가가치도 크다. 이런 점에서 복합적이고 巨視(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本 협정이 조속 처리할 것을 기대한다.

 

김은성 前 국정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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