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2일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회의 직전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뒤 대표직을 사임한 이정희 전 공동대표에 대해 “이 공동대표가 운영위원회 모두 발언을 통해 조사위의 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장면은 그 동안 진보당을 지지해왔던 지지자들에게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14일 새벽 진보 논객들의 팀 블로그인 ‘리트머스’에 ‘당권파의 5·13 쿠데타’란 제목의 글을 통해 “운영위 본회의에서도 그녀는 의장으로서 필리버스터를 하는 세계정당사에 전무후무할 엽기행각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어제의 ‘아이돌’은 오늘의 ‘처키’가 되어 버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그녀가 경기동부연합을 위해 그 동안 애써 가꿔온 이미지를 초개처럼 내버렸을 때, 알만 한 사람들은 이미 당권파가 ‘분당’을 각오하고 당을 장악할 결심을 굳혔다고 짐작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당권파지만 대중적인 진보 노선을 걸었던 이 공동대표의 최근 변신이 충격적”이라며 이 전 공동대표의 행보에 대해 수차례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이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의 목적에 대해 “중앙위 무산과 임시지도부 구성을 거쳐 원내대표 중심체제로 당을 운영하는 데 있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앙위를 무산시킨 뒤 지도부 공백사태가 발생하면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 체제로 임시지도부를 구성하고, 내달 1일 국회가 개원하면 원내대표를 선출해 원내대표가 사실상 당을 운영하는 체제로 가져가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 의장단이 당 전자회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대해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하극상’이 벌어진 데 대해 “운영위도 인정하지 않고, 중앙위도 인정하지 않고, 당 대표마저 인정하지 않는 등 당권파는 통합진보당 내에서 무소불위의 쿠데타군으로 행세하고 있다”며 “이게 이정희라는 메이크업 뒤에 숨어 있던 당권파의 민낯”이라고 힐난했다.

 

또 “장원섭의 생뚱맞은 쿠데타 놀이는 그저 장원섭 개인의 일탈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며 “장원섭의 하극상은 그 자체가 이석기를 포함한 당권파 당선인들을 주축으로 한 당권장악 플랜의 한 부분인 셈이다. 실세라는 이석기가 ‘전두환’이라면, 당권파 당선인들이 ‘하나회’이고, 장원섭은 ‘장세동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당권파가 범국민적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역으로 그들이 지금 느끼는 위기의식의 가공할 규모를 보여준다”며 “(당권파가) 당장은 궤멸적 타격을 입어도 잠시만 버티면 시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 믿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객관적’ 위기는 그들이 느끼는 ‘주관적’ 위기 이상으로 험악할 것”이라며 “이미 사회는 그들을 민주주의를 위해 도려내야 할 암세포로 인식하고 있고 그 인식은 어떤 식으로든 실천으로 이어질 기회를 찾고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파인더 박남오 기자 (park@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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