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정치개입이 ‘도를 넘어 정치집단이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6일 한 천주교인은 미사(천주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의식)를 참석해 성당에서 발행된 주보를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주보에는 “해군기지 반대는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며, 오랜기간 동안 공사 지연으로 국고에 큰 손실을 줬던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노골적으로 ‘반대하자’는 취지의 만화가 간지 형태로 첨부된 것이다.

 

일반교회는 해당 교회마다 주보가 다르지만, 천주교는 지역으로 분리되어 일괄적으로 동일한 주보를 가지고 미사(예배)를 진행한다. 간지형태로 배포된 이 문제의 만화는 수지, 판교 등 여러 곳에서 제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천주교 수원교구 성당에 전반적으로 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꼼수집회’도 모자라 이젠 종교계의 ‘꼼수미사’?

 

‘제주해군기지건설’은 오랫동안 진행해왔던 국책사업이다. 이를 놓고 종교계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종교의 특수 목적에 신망을 잃게 된다.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위해서는 사제복을 벗고 당당하게 정치인으로써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비판자세일 것이다.

 

얼마 전 ‘정의구현사제단’이라며 정치에 간여하면서 국민들에게 눈총을 받은바 있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 천주교 사제들이 국가의 정책이나 정치에 이토록 간섭을 많이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처럼 일반 시민들이 세상일을 잊고 영적 은혜를 받기 위해 미사를 참여했는데, 이러한 정치적인 사안을 주보에 슬쩍 집어넣는 행태는 신앙인들에게 비난받기에 충분하다. 성당이 정치 정당화 되고, 나아가 성직자가 정치인이 된 것인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복음을 전하며 전도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정치 사안마다 간여하면서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고 정부정책에 건건이 반기를 드는 것이 과연 하나님을 섬기는 사제의 모습인가?

 

사제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이적성 단체에 편을 들고 있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점차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고 하나님과 인간의 거리를 점차 멀게 만드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더욱이 ‘미사를 가장한 촛불집회’라며 ‘꼼수미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경어디에도 종교지도자들이 정치에 간섭하라는 말씀은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 ‘종교와 정치의 분리’

 

헌법 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가 종교를 끌어들이면 나라가 분열되고 종교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 종교가 그 본질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의 각 단체와 기관은 자신의 고유한 영역이 있고 그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톱니바퀴처럼 건전한 사회를 이루게 된다. 종교와 정치의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으면 정치를 그르치게 되고, 결국 순수한 국민들은 참된 종교를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종교계는 인간의 육(肉)체적인 모습을 아니라 영(靈)인 모습을 강조해야하고, 외형적인 아닌 내면적인 참됨을 다스리게 하는 것이 고유의 역할일 것이다. 지나친 정치개입은 과유불급이다. 이에 따라, 종교계의 국사·정치 참여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신앙인들의 거울이 되야하는 천주교 사제들은 스스로 자중해야 한다.

 

뉴스파인더 김승근 기자 hemo@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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