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난민인가 아닌가. 그동안 ‘조용한 외교’를 표방해 온 외교통상부가 중국 측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유엔에 상정하기로 함에 따라 탈북자 문제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병제 대변인은 21일 “탈북자는 강제 북송될 경우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며 “(유엔)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모든 나라는 협약상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 문제를 이달 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인 중국에 협약준수를 촉구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유엔에 올려 국제사회의 공론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가 중국과 정면충돌할 우려가 있는 탈북자 문제를 유엔으로 끌고 가기로 한 배경에는 지금까지의 양자접촉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탈북자문제를 포함한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대한 국내외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압박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여기에 중국이 G2로 불릴 만큼 경제적으로 성장한 만큼 국제사회에서의 행동도 종전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도 담겨 있다.


북한인권 문제 더 이상 외면 어려워

외통부가 자신을 갖고 이 문제를 유엔에 상정하기로 한 데는 탈북자는 유엔이 정한 난민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뿐더러 난민에 대한 해석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기타 이유에 의한 본국의 박해로부터 도피하여 외국에 보호를 구하는 것이 망명이며 그러한 망명을 구하는 개인 또는 집단을 망명자 또는 난민이라 하는 데 탈북자는 이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박해를 받거나 또는 박해를 받을 우려가 없을 지라도 본국의 정치체제를 싫어하여 귀국하지 않거나 또는 외국에 거주를 구하는 자와 전쟁 동란 또는 재해를 피하여 외국에 피난을 구하는 자까지 난민으로 인정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당연히 탈북자는 난민이며 탈북자를 북으로 강제송환 할 것이 아니라 자유의사에 따라 제3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탈북자를 ‘경제적 동기에 따른 불법입국자’이며 ‘기본적으로 북중 양국 간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이나 다른 이유 없이 단지 배가 고파 중국으로 밀입국한 사람이 탈북자라는 해석이다.

중국은 이러한 인식 하에 지난 86년 북-중  양국 간 ‘변경지역에서의 국가안전과 사회질서유지 업무의 상호협력에 관한 의정서’와 ‘불법 월경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96년의 개정의정서에 따라 탈북자를 잡는 대로 속속 북한으로 송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지금까지 탈북자 문제가 나오면 국제법과 국내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해왔다. 북한과 맺은 ‘의정서’에 따라 처리하면서도 국제사회를 의식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을 장식품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물론 난민에 대한 판정은 해당국에 있다는 것이 국제법상의 일반적인 해석이라 중국이 최종 결정할 문제지만 중국이 외견상이나마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을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캥기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겉으로만 “인도주의적 처리”

중국도 이제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다. 탈북자들이 북으로 끌려가면 교화소나 관리소에 갇히거나 심한 경우 총살을 당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애써 눈을 감고 탈북자가 ‘단순 월경자’라 우기며 이들을 강제송환 하는 것은 중국의 국제위상에 맞지 않은 행동이며 중국이 내세운 ‘인도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탈북자가 ‘경제적 동기에 따른 단순 불법입국자’인지 ‘난민’인지에 대한 판단은 중국 정부가 할 것이 아니라 유엔난민기구 산하의 인권고등판무관(UNHCHR)이 해야 객관적이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으며, 중국이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중국이 난민협약 외에 5개의 주요 인권조약에 가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이 그만큼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도준호 본사 대표(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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