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해 2월 이맘때에 MBC사장 공모에 지원했으며 3배수에 들었다가 떨어졌다. 나는 즉시 방문진 이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1차에서 떨어졌다. 실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즉시 모든 것을 잊고, 심사를 맡았던 방문진 이사들에게 감사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어떤 선배는 그들이 너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이 감사하냐고 힐난했다.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모두에게 생산적이 아니냐고 대답했다.

그런데 지난주에 불쾌한 일이 벌어졌다. 방문진 여권?이사들이 내가 떨어져야만 했던 이유로 내가 지난번 면접 시에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여러가지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빅뉴스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운운은 빅뉴스 (http://www.bignews.co.kr/) 의 “MBC 박명규 후보 또 탈락, 면접 공개도 무산” 이라는 기사에 들어있었는데, 내가 문제점을 지적하여 삭제되었다. 실수 운운은 마찬가지로 빅뉴스의 “무능력, 게으름, 성의부족 등등 심각한 결격 사유”라는 기사에 실려있다.

방문진 이사들이 누구인지는 http://www.fbc.or.kr/introduction/member.html 에서 알아볼 수 있다. 고진, 정상모, 한상혁 이사는 야당추천이사들이다. 나머지 김광동, 김재우, 남찬순, 문재완, 차기환, 최홍재 이사는 흔히 여당 추천이사들 혹은 보수측이라고 불린다. 작년 공모시에는 김재우 이사장 대신 김우룡 교수가 이사장이었다.)

나는 그동안 방문진 이사들을 존경했다. 존경하려고 노력했다. 훌륭한 분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그분들은 실제로 애국적인 시민운동가, 박사, 교수, 변호사, 언론인, 방송인 혹은 경영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이분들 중 특히 소위 여권 이사들이 과연 지성인인지, 애국적인지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려면 MBC를 바로 세워야 하는데, MBC를 이끌어 갈 막중한 책임을 진 사장을 선임할 자격이 이분들에게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방문진을 먼저 개혁하지 않고서는 MBC를 개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솔직히 말하면 작년 공모가 끝나면서 이미 깨달았던 것이지만, 그래도 애써 믿고자 했었다.

이미지가 않좋다? 여러 가지 실수했다?

누구든 항상 겸손해야 하며, 실제로 나는 스스로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는 MBC 프로듀서로서 나름대로 열성적으로 일했고, 작은 회사 사장도 지냈고, 전임교수로 잠시 일한 적도 있고, 명색이 연세대 방송학 석사이며, 미국 로스쿨에 유학한 법학석사이고, 서강대 법학박사다. 나이는 60대 초반이다. 그런데 MBC 사장 공모에 나섰다는 사람이 면접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여러가지 실수를 했다.”면, 그리고 이러한 평이 방송가에 나돈다는 것은, 나로서는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나의 특성을 합리성과 열성 두 가지로 요약한 바 있다. 나는 항상 단정, 정확, 합리, 성실, 열성, 치열, 궁리, 공부, 개선, 목표달성, 절약 등의 단어를 생각하였다. 노사 간에 갈등이 치열했던 시대에 부장, 부국장, 국장을 하면서 퇴직 시까지 한번 받기도 힘든 공로상을 5회 수상했는데, 이것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동료 및 선후배들의 수긍이 없으면 불가한 것이다. 나는 MBC에서 또 그 이후에도 보고서 작성과 presentation에서 잘못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대부분 칭찬을 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잘났다는 것은 물론 아니고, 또 내가 가진 것은 오직 이런 것뿐이다. 그런데 오늘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내가 가진 유일한 것들을 부당하게 공개적으로 훼손했다.

방문진 여권 이사들 망언에 법적 대응 검토중

이와 같은 발언을 한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모두 지식인들이니까, 명예가 무엇인지, 명예훼손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나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소송도 검토하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나는 기사를 쓴 박주연 기자와 변희재 기자에게 망언을 말한 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하지만 기자는, 감옥에 가더라도 취재원을 밝힐 수 없다며, 제발 묻지 말아달라고 사정했다. 그래서 나는 누가 망언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돌맹이를 여권 이사들 전부의 머리 위에 던질 수밖에 없다. 혹시 자신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면 떳떳하게 밝히시기를 바란다. 사과하겠다.

여권 이사들이 범한 첫 번째 잘못은, 평가자로서 알게 된 정보는 절대 누설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들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분들은 박사, 교수, 변호사, 시민운동가, 언론인 혹은 경영의 귀재이니까 더욱 잘 알 것이다. 그런데 누설했다. 그러므로 이분들은 윤리 면에서 함량미달이다. 최소한의 윤리가 없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막중한 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전원 마땅히 방문진 이사직에서 사임해야 한다. 억울한 분이 있다면 누가 이런 망언을 했는지 조사해 내야 한다. 이 분들이 부끄러움을 아는 자들인지 낯두껍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분들이 다른 사람 앞에서 강연을 하고 가르치고 법이 어떻고 떠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여권 이사들이 범한 두 번째 잘못은 그분들의 표현이 매우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것은 비과학적인 표현이다. 여러 가지 실수를 했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생사람 잡기에 딱 알맞은 표현이다. 독자는 자유롭게 상상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박명규가 어떤 큰 잘못을 했나보다, 이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쫒아다니며 그렇지 않다고 해명할 기회도 없다. 그래서 인격살인이다. 이따위 표현을 써서는 안된다는 것은 논문을 써본 학자에게는, 기사를 써본 언론인에게는, 소장이나 판결문을 써 본 법조인에게는, 수십 수백억이 왔다갔다하는 서류에 도장을 찍어본 경영인에게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분들이 이런 표현을 써서, 사장 지원자를 모욕했다. 함량미달이다. 논리적 판단 능력과 적합한 언어 구사 능력이 없으면 사임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여권 이사들이 범한 세 번째 잘못은 그분들의 평가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이다.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세한 설명을 요한다. 독자들은 사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MBC를 개혁할 사람을 찾는다고 하여, 개혁을 확실하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혹시 개혁을 하는 척 흉내만 내는 사람을 뽑는다고 광고했더라면 나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슬렁슬렁 하는 것은 나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개혁은 자신이 있다. 그래서 지원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나는 방문진에 제출한 페이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1) MBC는 지금 보도의 공정성 상실로 인한 신뢰의 추락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다. 아예 문을 닫든지, 아니면 확실하게 개혁을 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나의 모든 역량을 다 바쳐서, 위기에 처한 MBC를 성공적으로 개혁하여, 국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만들겠다.

2) 신뢰상실의 원인은 편파적 왜곡, 선동 방송때문이며 그 예는 다음과 같다.(생략)

3) 노조도 잘못이지만, 사장의 잘못이 더 크다. 사장이 용기를 가지고 흔들리지 아니하면, 노조의 억지와 위선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 방송의 포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4) 어떤 사장이냐가 중요하다. 기회주의적인 자가 사장에 취임하면 곧 타협해버리고 말 것이다. 약점이 있는 자인 경우에는 임기 내내 노조에 끌려 다닐 것이다. 용기가 없는 자는 두려워 떨고, 대안이 없는 자는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 그래서 개혁의지가 강하며, 약점 잡힐만한 아무런 흠이 없으며, 참으로 유능한 자를 내세워야 한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5) 내가 사장에 취임하면, 한편 대화와 설득으로, 다른 한편 방송과 회사를 규율하는 법과 원칙을 가지고, 최단기간에 MBC를 바로 세우겠다. 공정방송을 실현하겠다.

6) 나에게는 오직 국민만이 판단기준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국민만을 믿고, 국민만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국가의 안전과 발전, 국민의 행복만을 바라보겠다. 헌법을 지키고 법치를 옹호하겠다.

나는 면접시에 구두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1) 오늘 사장 선임이 끝나면, 곧 지방사, 자회사 사장단 인사가 있다. 지방사, 자회사 사장이 발령되면, 선배들이 들려주는 조언이 있다. “아무 일도 말고, 3년동안 가만 있어라, 노조가 하자는 대로 해라”이다.

2) 왜? 노조가 무섭기 때문이다. 얼마나 무서운가? 지금 본사 사장이 선임도 되기도 전에, 미리 파업을 결정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누가 선임되더라도 낙하산이다, 청와대의 방송장악이다, 외치고 있다. 오늘 오후 3시, <좌파 시민연대>가 결성된다고 한다. 재작년에 촛불난동도 있었다.

3) 두달 뒤 5,6월에는 지자체 장 및 의원과 교육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방송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사장을 뽑는 것이 좋겠는가.

4) 어떤 분은 노조와 잘 소통하는 사장을 뽑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노조와 잘 소통하는 사장이란 노조와 타협하는 사장이다. 개혁 끝이다.

5) 그렇다면 정치권에 줄을 댄 후보는 어떨까. 그것은 좌파노조가 차선책으로 기다리는 대안이다. 노조는, 즉각 “낙하산이다. 청와대가 방송을 장악했다”며 정치공세를 펼 것이다. 여기에 무어라고 대항할 것인가. 국민들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이,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다. 3,4,5월 난장판이 되면, 6월 지자체장 선거 등도 박살나고 말 것이다. 이것은 정치권이 바라는 바도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6) 그래서 노조와 소통하는 자도 아니고, 정권의 방송장악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는 사람, 개혁의지가 분명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7) 나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노조와 소통한다면서, 넘어지는 짓거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낙하산이니, 방송장악이니 하는 소리에 당당하게 맞설 것이다. 그리고 내 뒤에는 방송개혁을 열망하는 50 여개 애국시민단체들이 있다. 그분들이 나와 방문진과 개혁을 지원해줄 것이다. MBC 개혁은 이렇게 쉽고 간단하다.

8) 나는 MBC 개혁을 위해 준비된 사장이다. 모범사원이었다. 수상경력이 그것을 객관적으로 증언해준다. 방송제작 경험도 다양하다. 안 해 본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관리, 행정 경험도 나만큼 많은 자가 없다. 공부도 많이 했다. 대학에서 방송학도 가르쳤다. 이런 저런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많은 경험도 했다.

9)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여러 이사들이 나를 사장으로 선택해 주면, 나는 개혁을 열심히 추진하겠다.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그래서, 최단시간 안에 공정방송을 실현하겠다. 유익한 방송도 만들고, 컨텐츠 메카로서 MBC의 위상도 높이겠다.

10)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방문진 이사들과 항상 상의하겠다. 믿고 지지해 달라.

면접 당일 아침에 애국단체이며, 나를 지지해준 'MBC정상화국민행동'이 나에게 추천서를 써주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방문진 사무처에 전달해서 이사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추천서를 방문진 사무처에 전달했다.

이상이 면접시에 내가 이사들에게 보여준 모든 것이다. 물론 나는 단정한 차림으로 매우 정중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알기 쉽게, 열정적으로 진술했다. 어떻게든 이사들을 감동시켜서 사장이 되고, 방송을 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프레젠테이션을 매우 주의 깊게 준비했다. 이미 제출한 페이퍼는 이사들이 벌써 읽었을 것이므로, 내용은 물론 유사하지만, 사례나 표현은 달리 했다. 또 천천히 말할 부분과 빨리 말할 부분, 그리고 조용히 말할 부분과 힘을 주어 말할 부분을 구분해서 나름대로 극적으로 전달했다. PD가 직업이었으니까.

이상의 요약에 대하여 여권 이사들 중에 이의가 있는 분은 제기해 주기를 바란다. 당시의 모든 제출물, 문답기록이나 영상물을 공개해도 좋다. 아니 공개하기 바란다. 바로 이와 같은 논란을 아예 없애기 위해서 애국단체 'MBC정상화국민행동'이 공개청문회를 열 것을 요구했던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을 거부한 자들은 바로 방문진 아닌가? 그리고 돌아서서 뒷담화치는 것도 방문진 여권 이사 아닌가?

김영 감사는 격려해주셨다. 가슴이 뭉클했다. 앞으로 이런 훌륭한 분이 방문진 이사장이 되어야 한다. 어떤 이사는 제출물의 내용이 다양하고 참신하고 풍부했다고 칭찬하셨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야권이사들은 별로 말이 없었다.

애국 후보를 비난한 것은 뜻밖에도 여권 이사들이었다

그런데 예상 밖에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여권 이사들의 반응이었다. 매우 뜻밖이었다. 여권이라는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다. 어떤 분은 내가 왜 추천서를 가지고 왔느냐고 질책했다. 추천서를 가지고 오지 말라는 말이 모집요강에 없었다. 나는 거의 모든 교수 채용시험에 추천서를 요구하는 줄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 시에 추천서는 필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애국단체가 만들어 주며 전해달래서 가져간 것이고, 읽기 싫으면 말 일이지, 읽고 동의 아니하면 그만이지, 야단을 칠게 무엇인가. 하지만 나는 애국단체 'MBC정상화국민행동' 때문에 갑자기 죄인이 되고 말았다. 실로 어이 없었다.

어떤 분은 왜 다른 후보와 비교를 하느냐고 힐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후보와 비교한 적이 없다. MBC를 개혁할 사장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 내가 그 조건에 비추어 볼 때에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개혁을 잘 할 사람을 찾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개혁을 잘 하려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사람이 개혁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아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MBC의 문제가 무엇이며. 바람직한 사장의 기준을 제시하고, 내가 그 기준에 맞는다는 것을 말 했을 뿐이다. 이게 옳지 않다면, 그럼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뜬 구름 잡는 소리나 해야 하는가. 참으로 함량미달이 아닐 수 없다. 야권이사들은 내가 마음에 안들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개혁 안 할 사람을 뽑는다고 광고를 해라

어떤 여권이사는, 내가 왜 정치를 거론하느냐고 비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분은 도대체 자신들이 내걸었던 사장 선임 조건이 무엇이었는지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방문진이 내건 첫째 조건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자였다. 그리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가장 큰 주체는 정치권과 광고주와 노조이다. 물론 제작자나 경영진의 편견이나 개인적 이익으로 부터도 독립되어야 한다. 그래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논한다면, 당연히 정치권의 압력으로 부터의 독립이 거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방문진 여권?이사들이 입맛에 맞추어 따귀 빼고 기름 빼고, 말을 이리저리 돌려 격화소양(隔靴搔?)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교과서를 펴고 읽어보라. 양심적 지식인들에게 물어보라. 거리의 시민들에게 물어보라. 지금 방송의 무엇이 문제이며, 어찌해야 방송을 바로 잡을 수 있는가를. 모든 상식인들이 다 아는 것을 왜 훌륭한 여권?이사들만 모른단 말인가.

그리고 당시에 실제로 모 후보는 MB와 매우 절친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방문진 이사들이 지성인이라면, 먼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느 누구도 지적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내가 교과서적으로, 원론적으로, 정치권과 연고를 가진 자는 선임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것이 잘못인가. 그런 것은 정치권 자체에도, 무엇보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 어째서 잘못인가. 도대체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무엇이며, 국민의 열망이 무엇이며,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어떤 여권 이사는 어이없게도, MBC는 보도 프로그램이 문제이며, 내가 PD여서 기자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개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분의 수준에 알맞은 예를 들어본다. 예컨대 강도를 잡기 위해 형사와 검사는 꼭 강도짓을 경험해야 하는가. 구두를 10년이상 닦아야만 잘 닦을 수 있는가. 보도국 기자들보다 사사교양국 PD들이 더욱 열렬한 것을 모르는가. 편파, 왜곡은 프로그램 편성부터 발생하는 것을 모르는가. 요즘 영화와 드라마에 담겨진 이념성이 크게 우려되고 있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나는 방송사 프로그램 중 보도는 1/10도 안된다고 일러 주었다. 물론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 어이 없는 것은 방송 30년 경력자를, 자기 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한 자를, 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온 자를, 지금 방송 경력 전무한 자가 감히 평가하려 하고 있다는 데에는 왜 생각이 미치지 않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떤 여권 이사는 내가 개혁을 해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묻는다. 방송개혁을 공개적으로 외치며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자가 방송인으로서 몇 명이나 되는 줄로 아는가. MBC에서는 나 박명규와 MBC공정노조 이상로 위원장, 정수채 전) 위원장 등 손꼽을 수 있을 뿐이다. MBC의 노조와 후배들에 마주 서서 편파방송을 지적하며 MBC 사장 공모에 나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단인줄 아는가. 게다가 전라도 출신으로서 고향 선후배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 줄 아는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낯두껍이들, 하늘 향해 얼굴을 들지 말라

나의 경고대로 그들이 뽑은 사장은 선임되자 마자 정권의 나팔수라고 비판 받았다. 그는 노조위원장 앞에 90도 머리숙여 절을 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그는 또 연말연예대상 시상식에 나와서는 모든 MBC맨을 부끄럽게 해주었다. 개혁이 날샌 것은 초장부터 예견되었다. 나의 우려와 경고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렇다면 여권 이사들은 일말의 죄책감을 느껴야 했던 것 아닌가. 나에게 미안해하고 사과해야 했던 것 아닌가. 책임있는 지성인이라면 사표를 썼어야 하지 않은가. 낯두껍인가. 그런데 어떻게 오늘 나에게 감히 망언을 하는가. 무식하면 용감한가. 죄인이 어떻게 입을 열어 애국시민을 모욕하는가. 참으로 무례하고 후안무치이며,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나를 비판할 수도 있는 야권이사들은 침묵하였다. 고진 이사에게서는 품위도 느껴졌었다. 그런데, 여권 이사들이 나서서 뜻밖의 망언을 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안다. 그들이 감추고자 하는 속내, 정곡을 찔렀기 때문일 것이다. 양심을 파는 현장, 애써 자신에게도 감추고자 하는 치부를 들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남의 부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잘못이다. 중죄이다.

방문진 개혁 없이 MBC 개혁은 불가능하다

돌이켜 보면 내가 잘못한 것이 또 한가지 있다. 그것은 여권 이사들에게 일말의 애국심을 발휘해주기를 마지막까지 기대한 것이다. 애국적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소리(小利)를 탐하는 기회주의자들의 망언, 인신공격이었다. 그분들이 바라는 바, 그분들의 존재이유는 MBC 개혁의 저지였던 것 같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애국진영의 도구가 되기를 스스로 선택했으니까. 인간적 불편을 넘어 국민의 편에 서기로 했으니까.

그래저래 국민들이 얻은 결론은 썪어빠진 방문진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MBC개혁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겨울부터 원로방송인들, 용기있는 현역 방송인들, 학자들, 시민단체,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방문진 여권 이사들에게 묻는다. 애국 시민들의 조롱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 글은 인터넷신문 빅뉴스에 기고한 박명규 전 MBC아카데미 사장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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