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급사함으로써 대한민국은 그동안 잘못 길들여 놓은 북한의 나쁜 버릇을 고칠 기회를 얻었다. 김대중-노무현 종북 정권은 10년 동안 김정일이 남한을 우습게 여기도록 키웠다. 김정일에게 퍼주며 비위맞춰주고 끌려 다닌 결과다.

김정일은 김-노 두 정권의 설설 기는 모습에 더욱 자만해져 군사 도발과 협박을 반복하였다. 그는 남조선은 때리고 협박하면 겁먹고 퍼준다는 자신감에 젖어 더욱 더 폭악해 졌고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로 이어갔다.

그렇게 잘못 길들여졌던 김정일이 급사하였고 29세의 애숭이 김정은이 승계하였다. 이제 대한민국은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의 고약한 버릇을 바로잡을 기회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초장부터 김정은에게 얕잡혀 보일 수밖에 없는 언행만 되풀이 하고 있다. 도리어 정부는 김정은마저 김정일처럼 고약한 버릇에 젖어들도록 망쳐가고 있다. 모처럼 북한의 나쁜 버릇을 고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김정일은 작년 12월17일 급사하였고 북한은 그의 죽음을 이틀 뒤인 19일 12시 발표하였다. 우리 정부는 서둘러 다음 날 공식으로 북한에 조의를 표하였다. 청와대는 20일 담화문을 발표,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정부의 조의 표명은 북한의 새 지도부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키 위한 것이라고 설명 하였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조의를 표명치 않아 북한이 반발하였던 사례를 환기시키도 하였다. 북한 내 온건파에게 힘을 실어주기위한 유도책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조의 표명은 김정은에 의해 남한 측의 호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질 턱이 없다. 도리어 김정은에게 남한이 자신의 대남 도발을 두려워한 나머지 비위맞추고 나섰다고 남한을 얕잡아보게 하였을 따름이다. 얕잡혀 보이면 반드시 얻어맞게 마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월1일 하기로 예정됐던 신년 연설도 연기했다. 북한의 새 해 1일 발표할 ‘신년공동사설’의 긍정적 내용을 보고 그에 맞춰 화답하겠다는 방침에서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신년공동사설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민 화해의 손을 물어뜯었다. 북의 신년사설은 호의 적인 반응 대신 남한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 북침전쟁책동을 강화했다.’며 치고 나섰다. 특히 북한이 작년 신년공동사설에서는 ‘남북한 관계개선’과 ‘대화와 협력’을 언급하였음을 상기하면, 김정은 권력이 더욱 호전적 작태로 나오고 있음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북한 국방위원회는 남한 정부의 민간인 조문방북 불허 조치와 관련, 작년 12월 30일 성명을 발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역적패당을 끝까지 따라가 씨도 없이 태워버리는 복수의 불바다가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1월 2일 신년 연설에서 더욱 더 얕잡혀 보일 저 자세로 임하였다. 그는 북한에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하며 “6자회담 합의를 통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요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상종하지 않겠다”는데도 제발 상대해 달라며 머리를 숙이고 들어간 셈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 새 지도부에 상종하자고 구걸할게 아니라 단호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어야 옳다. 북한의 새 지도부가 살아남기 위해선 지난날의 도발 작태를 포기하고 화해협력 자세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어야 하였다. 천안함-연평도 도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부터 하고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압박하고 나섰어야 했다. 김정일에게서 물려받은 나쁜 버릇을 바로 잡기 위해서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 한 마디 하지 못하였다. 그 대신 대북 경제지원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등 비위 맞추기로 일관하였다. 김정은에게 앞으로 잘 지내자는 제스처였다. 그러나 김정일의 도발적 DNA(유전자)를 타고 난 철부지 김정은에게 초장부터 남한을 얕잡아보게 함으로써 도발심리만 키워주었다.

독재자의 도발은 비위맞추기로 예방할 수 없다. 비위맞추기는 독재자를 기고만장하게 만들어 도발 심리를 더욱 자극할 따름이다. 독재자의 도발 버르장머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보복과 응징 밖에 없다. 독재자 비위맞추기의 불행은 지난 10년 동안 남한의 종북정권을 통해 실증되었다.

김정일의 DNA를 타고 난 김정은에게서 남북 간의 평화와 화해협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코끼리가 날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는 김정은에게서 장미빛 기대보다는 피비린내 나는 제2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김정은이 유전적으로 타고나 고약한 버릇을 고칠 까지 힘을 통한 압박 기조를 절대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김정은 또는 그를 몰아낸 다른 세력이 머리 숙이고 들어올 날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정용석 논설고문<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