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폭탄 테러에서 김일성 주석의 목숨을 구한 옛 소련군 장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찍으면서 김일성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성형수술까지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TV 방송 'TV-첸트르(TV-Center)'는 25일 밤(현지시간) 방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조선의 왕자 김 동지'에서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을 거쳐 김정은으로 3대째 이어진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소련 모스필름영화촬영소는 해방 직후 김일성을 노린 폭탄 테러 당시 몸을 던져 북한 지도자를 구한 소련군 중위 야코프 노비첸코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1985년도 영화 '영원한 전우'(러시아명 '헌신의 순간')를 공동 제작했다.

김일성이 1946년 평양역 광장에서 열린 3.1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던 중 군중 속에 있던 한 청년이 연단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으나 노비첸코 중위가 연단 근처에 떨어진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덮쳐 김일성을 구했다는 것이 영화의 소재다.

이 사고로 노비첸코는 오른손을 잃는 중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가슴에 품고 있던 책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TV-첸트르는 다큐멘터리 '김 동지'에서 북한이 이 영화를 찍기 위해 김일성 역할을 맡았던 배우 리영일에게 성형수술까지 시킨 사실을 러시아 외과의사 이고리 볼프의 증언을 토대로 폭로했다.

리영일의 수술을 맡았던 볼프는 "당시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나를 찾아와 영화 제작에 필요하다며 북한 배우를 김일성을 빼닮은 쌍둥이처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볼프가 "분장을 해도 될 텐데 왜 수술까지 하냐"고 묻자 대사관 직원들은 "질이 좋은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장을 하면 표시가 난다"며 성형 수술을 고집했다고 볼프는 전했다.

이후 수술 약속을 받은 대사관 직원들은 특별 차량으로 배우 리영일을 병원으로 데리고 왔으며 볼프는 젊은 시절 김일성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토대로 배우의 얼굴을 성형했다고 말했다.

방송은 북한의 핵개발 역사에 대해서도 언급, 옛 소련 붕괴 직전인 1990년 2월 당시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이던 블라디미르 크류치코프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에게 "북한의 핵개발이 끝나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는 보고를 한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러시아가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핵개발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또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같은해 11월 일어난 연평도 포격 사건이 북한 측의 소행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러시아 방송이 공식적으로 천안함 침몰 사건의 책임을 북한으로 지목하는 내용을 방영한 것은 처음이다.

방송은 이어 김정은이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공부한 이력 등을 상세히 소개하며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이 남한에 의한 흡수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다함께 처벌될 것을 우려해 새 지도자 김정은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의 인적사항을 설명하면서 "키가 175cm, 몸무게가 90kg으로 북한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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