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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칼럼] 신기루 같은 통일
황정일 논설위원  |  webmaster@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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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25  11: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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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일 논설위원

“통일, 꼭 해야는 겨?”
충청도 출신의 대통령이 나왔다. 갱제를 살려야 합니다 경상도에서도, 독재는 거시기 해부러얌다 전라도에서도 진즉이 대통령이 나왔는디 충청도에서는 원제 나오는겨? 드디어 나왔다(사투리를 익히면 곧 강원도, 제주도, 경기도 대통령도 배출할 예정이다).

그 대통령이 요새 고민이 가득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죽고 김여정이 뒤를 이었다. 군부 내의 반발이 없지 않았으나 대포 몇 방으로 깔끔하게 정리. 그런 건 오빠를 빼쐈다. 그러곤 남쪽에 대고 살가운 손짓을 한다. 12년 전 박살낸 공동연락사무소를 함께 일으켜 세워 보잔다.

세치 혀로 표독스럽게 남쪽을 까부수던 그녀였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정치인들이 하는 수작이 야당일 때랑 여당일 때 다르듯이, 권력 서열이 1인자일 때와 2인자일 때도 다른가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흥 무시했더니 외려 남쪽 국민들이 아우성이다. 통일을 위해 김여정의 손을 맞잡으라고.

“워쪄, 꼭 해야는 겨?”

“그게 아무래도 해야 좋지 않을까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닙니까. 같은 민족끼리 너무 오래 따로따로 있으면 좋지 않습니다. 부부도 그렇잖아요. 너무 오래 각 방 쓰면 사달이 나기 마련이죠. 비서실장의 나름 성실한 답변이다.

“뭐라 하는 겨. 시방 나헌티 개그 친 겨?”

“통일이 되면 G5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총 인구수가 8천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세계 20위권이다. 역사는, 인구수가 국력 신장에 썩 좋은 기여를 했다고 설파한다. 물론 국력의 기초는 경제력이다. 더하여 군사력, 외교력, 문화영향력, 과학기술력 등도 국력 측정의 버금가는 요인들이다. 인구수도 빠질 수 없다. 인구가 많으면 생산능력은 물론 소비능력을 올릴 수 있다. 든든한 내수 시장이 생긴다는 의미다.

수출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 경제로서는 안정적인 디딤돌을 얻는 셈이다. 외부로부터 오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덜고 효율적인 경제 정책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자주파’ 경제수석이 침을 튀겨 가며 열변을 토한다.

“셈 쳐야 할 비용이 만만찮을틴디, 대구빡 깨지는 거 아녀”

“그렇습니다. 통일 그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이제껏 겪어 보지 않았냐.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통일 해 보겠다고 온갖 지랄을 다 떨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정에서 들어간 돈과 땀은 어마무시했다. 통일은 환상이다. 일찌감치 깨몽 하는 게 몸에 좋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

괜히 통일 한답시고 국민들 현혹하지 마라. 한다 만다 해서 북한은 짜증 곱빼기일 거다. 미국 애들 심기도 불편할 거고. 차라리 우리 군 현대화에 왕창 투자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면 우리의 생존권은 대대손손 찬란히 보장 받을 수 있다. ’동맹파‘ 안보실장의 설명이다.

“평생 미국 똘마니 노릇만 하게요” 자주파의 항변.

“똘마니라니? 말이야 막걸리야...”동맹파의 반격.

“그럼 USA파 행동대장 쯤으로 할까요?”

“참네, 북에서 핵으로 정조준하고 있는데 한다는 말 하고는...”
“그만들 혀. 어서 쌈질이여 쌈질은” 어중이파 대통령의 중재.

잠시 침묵이 흐른다. 경제수석은 평소 북한과의 대화와 타협을 주장한다. 통일 문제는 남북이 자주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주의다. 그렇다고 반미(反美)는 아니다. 안보실장은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주장한다. 동맹 관계에서 빚어지는 일정한 굴욕과 손해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감내해야 할 기본비용이라는 게 평소 소신이다. 그렇다고 딱히 반북(反北)은 아니다.

“북한은 우덜에게 뭐여? 워치게 해야여?”

“포용과 협력의 대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주적(主敵)인디? 국방백스에 글케 되 있쟈녀...그랄라믄 백슬 고쳐야지. 주적을 빼든지 허구 포용이고 협력이고 해얄거 아녀. 곧 뒈져도 나가 국군 통수권잔디.... 언행일치는 혀야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중도파’ 외무부 장관이 슬쩍 끼어든다. 잔뼈가 통뼈가 될 때까지 해외 공관에서 30년 간 굴러먹던 반백의 외교통이다. ‘외교력’이라고는 눈을 까뒤집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좁쌀만한 외교력이라도 발휘한 실용적 외교관 출신이다. 사실 중도파보다는 실용파가 적확한 표현이다.

“노룩패스(No Look Pass) 모르십니까?”

“뭔 소리여 급자기?”

남북이 과연 통일의 문을 열고 함께 달려 갈 수 있을까? 문제의 열쇠는 오롯이 미국이 쥐고 있다. 남북이 아무리 용을 써도 미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불가하다.

미국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통일을 반대한다. 하나는 통일된 한국이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중국과 가깝다는 점이다. 저놈들 중국하고 손잡을지 누가 알아. 만약 그리 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세계 전략의 중요한 전초 기지를 잃어버리는 건 둘째치고 총부리가 미국 자신을 겨냥할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할 거다.

“그렇지 않습니까?”

“다른 하나는 또 뭐여?”

“시장이 하나 없어진다는 우려입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무기의 양은 엄청나다. 돈으로 따지면 사우디에 이어 둘째라는 거다. 상황에 따라 1등으로 치고 나갈 수도 있다. 이런 좋은 시장이 통일되어 없어진다면? 미국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을 거다. 특히 백악관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산복합체와 아이들’에게는 짜증나는 일이다. 남북 대치 상황은 영원해야 한다. 긴장 완화까지만 허여 하겠어. 완화-대치-완화-대치, 이 사이클 좋아 맘에 들어.

“십수 년 전 아프간 사태에서 얻은 교훈이 무엇입니까?”

“나가 워치게 알어. 군데군데 묻지 말고 답답항게 걍 줄곧 씨부려야”

아프간의 정부군은 워낙이 당나라 군대였다. 정규군 30만은 유령이고 이를 지휘하는 정부는 온통 썩었다. 미군이 철수하면 탈레반의 카불 점령은 코흘리개의 여반장(如反掌)이다. 그 시간이 예상보다 빨랐을 뿐 따 논 당상이었다. 미국이 이를 몰랐을까?(묻지 말라니깐 지한테 묻고 지가 대답한다) 아니. 미국은 알고 있었다.

불과 수 년 후에 미국은 다시 아프간에, ‘세계 평화와 정의를 위해’라는 명분을 만들어 개입한다. 아프간 재점령이다. 과정에서 미국은, 아니 ‘군산복합체와 아이들’은 수백조 원 수천조 원의 무기를 다시 팔아먹었다. 큰 그림을 그린 거다. 일단 아프간에서 빠졌다가 내전이나 혼란이 생기면 다시 개입한다. 이런 봉을 놓칠 수 없는 게 미국이고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봉을 만드는 게 ‘군산복합체와 아이들’ 이다.

국제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비난과 망신을 당했는데도? 대사관 직원이랑 가족들 포함해서 8만여 명의 미국인이 생존에 위협을 받았는데도? 미국의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망신과 비난은 잠시잠깐이다. 자국민 몇 명쯤이야. 그런 희생으로 이만한 수익을 얻는다면 감내할 만하지 않은가.

결국 모든 동맹∙협조∙지원은 가치보다는 이익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다. 트럼프란 불쌍놈 덕에 한미동맹도 가치보다는 이익이 우선이라는 진실을 깨닫지 않았는가.

“영화를 넘 마니 본 거 아녀. 암튼 흰소리 그만하고 노룩패스는?”

“진보 정권의 경험에서 알 수 있습니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미국의 정권이 바뀌면서 실패했다. 북한에 적잖은 기대를 줬을 터인데 ‘쌈꾼’ 부시가 등장하면서 바로 먹구름이 껴 버렸다. 파병을 요구하는 미국에 노무현은 밍기적밍기적 거리다 결국은 이라크에 우리 군을 파병했다. 문재인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 한다 어쩐다 하면서 아직까지 종무소식이다.

닝기리 니들하고는 이제 안 되겠다. 북한에는 한국을 무시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했다. 야들 동맹이라며 완전 울며 겨자 먹기네. 미국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심어줬다.

결론은 미국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는 거다. 미국을 안심시켜야 한다. 정말로 통일을 원한다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아니 강화하는 거처럼 느끼게 해야 한다. 해서 노룩패스다. 국방백서에서 주적(主敵)을 지우지 않는 이유다.

지금도 그렇고 통일 후에도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혈맹이요 우군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에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거다. 파병해 달라면 누구처럼 우물쭈물 하지 말고 즉각 파병한다. 열 명을 보내 달라면 백 명을 보내 준다. 사드고 사드 할아버지고 한반도에 다 배치한다.

방위비를 늘린다. 미국으로부터 최신 무기를 사들인다. 사우디보다 많이 산다. 통일 후에도 국경선이 넓어져서, 중국과 대치하기 위해서 더 많은 무기를 수입한다고 약속한다.

“중국과 북한이 가만히 있을까?”

미국 몰래 양국에 특사를 보내 속내를 전달하고 양해를 구한다. 미국이 모를 리가 없을 거라고요? 모르게 해야죠. 그래도 알게 되면 바로 닭을 잡아 먹어야지요. 뭔소리여? 오리발 내밀라고요. 아무튼 창과 방패, 모순처럼 느껴지나 통일은 짱돌 같이 단단한 한미동맹 하에서 그나마 가능하다. 이상 실용파 외무장관의 긴 브리핑 끝.

“우리 외무장관님 얘기가 그럴 듯하기도 하고 미친 소리 같기도 하고...영 갈피가 안 서네....음.... 그럼 경제수석은 니열부터 나오지 마 이. 경질이여”

“아니, 왜요.....각하”

“외무장관이 노룩패스 하라잖여. 청와대 자주파 대가리 경질로 동맹파 입지 강화. 노룩패스 한겨 시방”

이후 한동안 남북관계는 경색된다. 중국으로부터는 경제보복을 당해 기업들이 피똥을 싸고 있다. 우리의 소원, 통일은 이렇게 신기루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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