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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칼럼] 북미회담을 곱씹으면 드는 의문 몇 가지
황정일 논설위원  |  webmaster@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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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17  10: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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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일 논설위원

2016년 말 트럼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세계가 깜짝 놀랐다. 미국도 완전 맛이 갔네. 앞으로 어쩌지. 우려(憂慮)가 안도(安堵)를 제압한다. 그의 말과 짓거리는 럭비공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대북 문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은, 언제든지 북한을 때릴 수 있다 하다가 내일은, 김정은과 대화하겠다 한다. 조울증 환자 아니야?

2017년 북한은 여러 차례 핵실험을 단행한다. 미국 본토를 노리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완성했다 주장한다. 온통 뻥만은 아닌 듯싶다.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위기감이 고조된다.

2017년 5월에 대통령 자리에 오른 문재인, 6월에 트럼프와 만난다.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 문제 해결하시지요 예.

7월에는 김대중의 ‘베를린 선언’ 아류(亞流)쯤 되는 ‘베를린 구상’을 내놓는다. 신한반도 평화비전이다. 정은 씨 우리 대화로 해결하자 응.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까인다. 북한은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며 ICBM을 쏘고 미국은 김정은 정밀 타격 운운 하면서 말 폭탄을 터뜨린다.

미국은, 먼저 핵을 포기해야지 하고 북한은, 내가 바보냐 리비아를 보고도 그러게 한다(리비아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한 이후 미국의 지원이 의심되는 반군에 이해 최고통치자 카다피가 참수된다). 틈이 없다. 문재인은 절망과 조롱 사이를 오간다. 묘책이 필요한데 비단주머니가 없다.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을 꿈꾸는가? 문재인은 별수가 있는지 없는지 하여튼 계속 들이댄다. 대화하자. 협상하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반전이 일어난다. 문재인이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제의한다. 트럼프가 이를 받고 레이스, 북미정상회담을 수용한다. 국민 밉상 김여정이 평창을 방문한다. 농익어 무른 복숭아처럼 달콤한 평화의 분위기가 뚝뚝 한반도에 떨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러게. 암튼 좋은 일이지.

여세를 몰아 문재인-김정은 회담이 판문점에서 이루어진다. 2018년 4월27일. 도보다리 산책하네. 배석자 없이 밀담도 나누고. 어린놈이 으른 앞에서 담배질은. 그래 요번 한 번은 봐준다.

사건이다.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다. 뒤뚱뒤뚱 못된 돼지가 복돼지로 바뀌는 순간이다. 어쩜 목 뒷덜미 살이 복스럽기도 하지. 옆집 어버이연합도 앞집 태극기부대도 한편 놀라고 한편 기대한다. 이거 이거 진짜 통일되는 거 아녀.

‘역사 만들기’에 우여와 곡절이 빠지면 심심하다. 김정은,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 무기한 연기 통보(5월16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5월24일) 뭐지 이거?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5월24일). 재추진 공식화(5월27). 조울증 환자 맞네.

2018년 6월12일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화처럼’ 만난다. ‘죽음 앞의 섬’,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지구상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다. 오죽하면 김정은이 ‘판타지’ 같다고 했을까.

달랑 4개 항의 추상적인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만남의 의미는 어마무시했다. 지구촌 모든 언론은 불난 호떡집이었고 대한민국 국민은 감격의 눈물콧물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토오옹일.

여기서 잠깐. 다음날인 6월13일은 전국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투표 결과 광역단체장 17개 중 14개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간다. 특히 서울 25개 구청장 중 24개를 차지한다. 집권 여당의 환상적인 싹쓸이 되시겠다.

뭐? 왜? 선거 앞두고 날짜를 잡았다고? 그건 아니다. 그렇게까지 문재인 정부가 영향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냥 넓은 의미의 미필적 고의 정도로 해두자.

3주 후 열린 김영철-폼페이오 간 평양회담에서 분위기는 다시 뒤집힌다. 핵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 송환과 동창리 미사일실험장 폐쇄를 단행한 북한이다. 이 정도 했으면 너도 좀 내놔봐 종전선언 같은 거. 에이 미흡한데 좀 더 내놔봐 비핵화 같은 거. 김영철이 화났다. 이런 순 날강도 같은 놈들.

문재인이 다시 소맷자락을 걷어붙인다.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을 김정은이 파격적으로 환대한다.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로 누비고 백두산을 함께 오르고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비핵화를 천명하고.

세계가 또다시 깜짝 놀란다. 트럼프 보고 있냐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 거. 너도 좀 내놔봐. 럼프 형, 우리 스몰하게 조금씩 주고받자고 응.

2019년 2월. 혼수상태에 빠진 북미회담이 하노이회담으로 어렵게 소생한다. 허나 오래 못 갔다. 기차로 66시간 달려 온 김정은을 하노이에서 기다린 건 ‘준비된’ 협상 결렬이었다.

북한의 주무기인 ‘벼랑 끝 전략’을 오히려 미국이 휘두른다. 니들 핵 다 까고 항복해. 그 전엔 국물도 없어. 트럼프는 애초에 협상할 의지가 없었던 걸까? 근데 왜 그렇게 지랄을 떨었댜?

트럼프가 또다시 지랄한다. 리비아모델(비핵화 이전에는 어떠한 제재완화도 해선 안 된다는 일괄 타결 방법)을 줄곧 주창한, 안보보좌관 볼턴을 해임한 그는 6월에 한국을 방문해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전격 연출한다. 문재인은 옆에서 뻘쭘했지만 아무튼 3자 회담이었단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이다. 10월의 스톡홀름 실무회담은 서로 남의 다리 긁으면서 빠이빠이. 이미 하노이에서부터 김빠진 맥주였다. 그 후 코로나 바이러스 등장. 남북미 서커스 회담 끝. 결국 우공(愚公) 문재인 선생은 이산(移山)을 못했다.

기실 동창리 시험장 폐기와 종전선언의 교환은 싱가포르회담의 이면 합의의 핵심이었다 한다. 동창리는 미국 본토를 노리는 ICBM 개발의 핵심이니 트럼프 생각에 종전선언과 바꿀 만했나 보다. 회담 후 트럼프가 그 잘난 트윗질을 한다. 이제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제거됐다고.

근데 왜 제재완화든 종전선언이든 안 해 주는 거야. 조울증이 도졌나? 백악관에 가서 볼턴류의 강경파들에게 깨졌나? 미국은 과연 남북통일을 원하기는 하는가?

과정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이중성은 개인 성향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미국의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인한 걸까? 둘 다이지만 후자에 무게를 두는 의견이 많다. 미국 대통령도 지 맘대로 할 수 없는 구석이 있는 갑네. 또라이 트럼프이기에 그나마 이 정도 하지 않았나 싶다.

하노이 결렬 이후 김정은이 문재인을 향해 비난한다.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국가 원수에게 오지랖, 제정신 운운은 좀 너무했다. 허나 속내는 혹시 이런 게 아닐까?

“리비아 사태를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선제적 전면 비핵화는 죽음 다름 아니다. 그 외의 어떠한 방안으로도 우리는 협상할 준비가 됐으니 미국을 먼저 설득해서 합리적인 안을 갖고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볼턴류의 강경파들은 백악관과 그 주위에 적지 않다. 게다가 미국의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법 한 목소리 한다. 그들은 북한을 악마로 본다. 악마와는 협상이 있을 수 없다. 리비아모델 이외에는 여지가 없다. 항복만이 있을 뿐이다. 문재인을 둘러싸고 있는 외교 안보 담당자들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회담 성공의 키를 오롯이 미국이 쥐고 있는데 문재인은 과연 미국의 강경파에게 어떤 제안과 설득을 한 걸까? 왜 먼저 미국으로부터 성공 카드를 얻어오지 않고 김정은 바라기에 공을 들였을까? 문제인 정부가 남북 상황을 그저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수단쯤으로 여긴 거는 혹시 아닐까? 내년의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한바탕 서커스가 열리는 건 아닐까?

더위에 입맛을 잃어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는데 궁금한 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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