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을 일으킨 중국의 모택동은 "중국에 유교가 되살아나면 바로 그 날이 공산당이 무너지는 날"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 어떤가. 중국에는 공자님의 동상과 더불어 유교가 부활했음은 물론 <유교대학>까지 문을 열었다. 청바지를 입고 이어폰을 낀 채 아이폰을 든 많은 청년들이 유가를 배우고자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5억 명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13억 인구 중 70%가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미시적 시각에서 볼 때 공산당의 유일지배와 시장경제가 공존하는 중국은 북한이 가야할 당면한 미래다. 김정은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은 선대 수령을 딛고 일어설 때 당신은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초라한 권력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가부활이 단지 조상숭배가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임을 우선 상기시키고 싶다.

안정된 세자책봉을 꿈꾸며 조부의 헤어스타일까지 연출한 가운데 등장한 당신의 첫 모습은 다소 의아했지만 일단 북한 인민들에게 그다지 거부적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세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조부(김일성)의 연출까지는 좋았지만 부친(김정일)의 도를 넘어선 찬미와 우상화는 절대 마이너스란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왜 그런가. 북한 사회주의 역사에서 조부의 시대는 그런대로 사회주의 근대화를 이루는 등 성장기였다.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천리마를 타고 달린 노동자 농민들의 피와 땀의 열매가 가져다준 결과였다. 하지만 그 성장의 열매는 오래갈 수 없었다. 순전히 부친의 후광을 업고 노동당을 장악한 김정일은 사회주의 성장의 열매를 비생산적인 분야에 탕진하면서 사회주의 몰락 37년을 이끈 패배의 리더로 규정되고 있다.

역사에서 한 시대를 삭제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당신은 부친의 궤적을 딛고 일어서지 않으면 실패의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상을 딛고 일어서는 일은 쉽지 않지만 당신에게는 과거보다 미래를 중시해도 될 어느 정도의 자격이 있다고 본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당신의 어머니 고영희 씨는 일본에서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뭐 그렇게 숨길 일만도 아니지 않는가. 또 당신은 스위스에서 유학한 사실을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일본과 스위스 모두 세계에서 과학과 기술, 사회복지가 가장 발전된 우수한 나라들이다. 우리는 거기서 태어나고 공부한 것이 숨길 일이 아니라 자랑해도 될 만한 것이라고 본다.   

당신이 덜커덩거리는 구형 탱크에 올라타고 위신을 세우려 해도 북한 인민들 어느 누구도 쳐다보지 않지만 스위스에서 컴퓨터를 잘 배워 CNC의 대가라고 자랑하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우러러 볼 것이 아니냐 말이다. 또 북한의 젊은이들은 군사제일주의를 군국주의로 규정하고 있으며 군국의 길이 패망의 길이라고 규탄하고 있음을 왜 모른단 말인가.

북한 인민들 어느 누구도 '조선의 어머니'(강반석)니 '백두산의 어머니'(김정숙)니 하는 조상의 우상화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차라리 조상이 일본에서 태어나고 아직 거기에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어 생필품이라도 부쳐준다면 그것이 영광이고 자랑일 뿐이다. 더 나아가 자식 중 똑똑한 놈이 있어 남조선으로 탈북하여 생활비를 부쳐주는 집에는 보위원들까지 찾아와 굽신거리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주위에서 알랑거리는 권력 엘리트들의 간신행위에 당당해지기 바란다. 김영남 상임위원장, 최태복 의장, 김기남 비서 이들이 어느 때 사람들인가. 김일성 시대부터 김정일 시대를 거치는 사회주의 60년사에 항상 권력의 단물을 빨아먹으며 살아온 파멸의 주인공들이 아닌가 말이다. 또 군부 쪽을 바라보라. 무력부장 김영춘 차수, 오극렬 대장, 이을설 원수 이들은 벌써 30여 년째 대장과 원수를 달고 거들먹거리며 '총대권력'을 누리고 있는 반민주의 화신들이다. 이런 노인네들을 섬기는 것과 충효사상, 더 나아가 '혁명적 동지애'는 별개의 것이다.

당신의 선대인 김일성이 말한 충효와 혁명적 동지애는 진정으로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혁명과정에서의 의리이며 효성이지 부패한 권력의 안방에서 노동자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호의호식하는 정치권력의 시정잡배들을 잘 모시라는 말이 아님을 그대는 왜 모른단 말인가. 이들과 결별하지 않고 당신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그대는 새로운 북한의 지도자가 아니라 문 닫기 직전의 낡은 양로원의 원장에 다름아니다.

20세기의 지도집단을 거느리고 21세기를 걸어갈 수 있다고 여긴다면 당신은 북한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지금 당장 조상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당과 정권기관, 군대에서 최소한 70대 이상은 모두 당장 퇴진시켜야 한다. 그들의 퇴진이 곧 당신의 리더십으로 나타날 것이며 모두 드러누워 버린 북한 인민들을 일어서게 만들 것이다.

기득권층이 물러나는 대신 노인으로 잘 모시는 진정한 충효사상 즉 유교사상을 제대로 부활시켜 나간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도 우선 유교대학 하나쯤 세우는 것이 급선무는 아닐까. 부패하고 병든 권력의 초가삼간 지킬 생각 떨쳐버리고 가난구제 등 만백성을 위한 개혁과 개방만이 북한의 살 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안찬일 논설위원<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