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신년연설에서 임기 5년차 국정운영의 화두로 '안정'을 제시하며 주요 국정과제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 학교폭력 근절, 공정한 선거관리 등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택한 것은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그동안 추진한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고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불황과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 등 외부 환경이 유동적인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성장위주의 경제 정책의 폐해인 양극화 심화 등으로 인해 날로 어려워지는 민생경제에 중점을 둠으로써 남은 임기를 서민경제 활성화와 중산층을 두텁게 하겠다는 목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올해 정치권의 명운을 건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치러지는 만큼 국론분열과 대립이 극에 달할 것을 우려해 이를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가장 먼저 밝힌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중요한 전환기를 맞은 대북 정책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 강화 방안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분명하고 일관되어 있다. 대선 때 주요공약으로 제시한 '비핵개방 3000'부터 '先 핵 폐기 後 대화', '그랜드 바겐' 등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믿을 수 있는 일원이 된다면 경제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연설에서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등으로 인해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先 사과' 문제는 책임자인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빠지는 대신 김정은 체제에게 변화의 기회를 열어주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함께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단 북한에 손을 내미는 자세를 보이는 데 역점을 뒀다"면서도 "원래 6자회담(전제조건)의 비핵화에는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엄격하게 연계하지는 않았었다.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북한의 기본 책임을 면해준다는 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이 북한에게 기회를 열어놓으면서도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강조한 이유는 과거와는 다른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내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북한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는 작금의 북한 상황을 볼 때 적절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전례를 보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고 해도 북한은 내부적으로 변하지 않고 상활에 따라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2002년에는 서해 교전을 일으켰고, 6자회담에 나서면서 경제 원조를 챙기고 뒤로는 핵개발을 감행했다.

 

남광규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체제와 변화가 없을 것 같다. 김정일의 유훈통치는 기본이고 기본적인 북한이 가진 대남 관계의 본질이 변하기 힘 들것 같다"며 "기본적으로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북한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태도나 정책의 기본 노선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봐야한다"며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때문에 민주통합당에서 신년연설을 두고 "최근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전환기라고 해놓고는 북한의 일방적인 변화만을 촉구하는 관성적 태도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어떻게 하는지 그저 지켜보겠다는 수동적 태도로 지난 4년을 허송세월했고, 남북관계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놓고도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대통령은 서민경제 안정과 관련해서는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에 역점을 두겠다"며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MB물가'라는 용어까지 나오는 등 현 정부 내내 물가안정에 무게를 두고 국정을 운영했지만, 심화되는 서민물가 상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임기 마지막 해 국정 운영 마무리에 큰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3일에는 올해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품목별 물가 관리의 목표를 정해서 일정 가격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확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품목별로 담당자를 정해서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실시해 달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돌입한 것이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 역시 심화되고 있는 실업문제를 감안해 이번 연설에서 강조된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일자리 예산 10조원 투입, 공공기관 고졸자 20% 신규채용, 청년 선호 일자리 7만개 이상 창출, 취업 인턴 4만명으로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일자리 문제에 주력하겠다는 점을 역설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청년일자리를 별도로 특별히 강조한 점이 특징"이라고 부연할 정도로 이 대통령의 일자리 챙기기는 유별나다.

 

이 밖에 최근 집단따돌림으로 인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학교폭력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별도로 신년연설을 통해 이에 대한 대응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학교폭력으로 희생된 학생들과 학부모님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종합대책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런 이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선택이 올해 총선과 대선 등 정치권의 굵직굵직한 이벤트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 글로벌 경제 불황, 국내의 심각한 양극화 등을 이겨내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주목을 끌고 있다.

 

 

뉴스파인더 권순익 기자 ciaag@newsfinder.co.kr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