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유성연 기자] 미디어에 민감한 반응을 분석하는 한 언론인으로써, 최근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미디어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일 <헬스미디어>라는 인터넷 매체에서 “혈우병 A 치료제 'Eloca' 출혈 조절 및 예방 목적 사용 : 기존 제품의 약 1.5배로 연장되는 효과”라는 제하의 기사가 게제됐다. 기사를 분석해 보면 기자의 취재기사로 보기에는 어렵고, 특정약물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기사였다.

물론 정보기사는 매우 중요하다. 유사한 관점에서 정보라는 것은 홍보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국내혈우사회에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이 예고된 것이다. 기사 본문을 살펴보자.

△11월 20일 <헬스미디어>기사 “혈우병 A 치료제 'Eloca' 출혈 조절 및 예방 목적 사용 : 기존 제품의 약 1.5배로 연장되는 효과”

기사 서론 부분은 혈우병의 기본적 개념을 설명하면서, 하단에는 새로운 약물 ‘엘록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엘록타는 혈우병 전문지 <헤모필리아라이프>에서 몇 차례 언급이 된바 있는 ‘8인자 롱액팅(반감기가 길어진)’ 치료제로써 이미 국제 혈우사회에서는 시판이 되고 있는 제품이다. 국내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됐다는 것은 머지않아 국내 혈우사회에 출시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포털 뉴스 검색…검색어 ‘혈우병’ (언론사 제휴수는 ‘네이버’ 보다 ‘다음’이 월등히 많으므로 가시의 양이 많이 검색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언론보도 이후 48시간만에 ‘엘록타’의 출시를 견제하는 기사가 다른 매체를 통해 게시됐다. 22일 자 <헬스코리아뉴스>는 “혈우병 A 치료제 ‘엘록타’ 국내 도입 시 의료비 상승”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게시됐다. 제목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듯 20일자 기사에 대한 견제 기사이다.

해당 기사 본문을 살펴보자면,

△11월 22일 자 <헬스코리아뉴스> 기사 “혈우병 A 치료제 ‘엘록타’ 국내 도입 시 의료비 상승”

이 기사는 민감한 의료비를 문제 삼고 있다. 대부분 새로운 약품은 식약처 허가를 끝내고 복지부로부터 ‘약가’와 ‘기준’을 고시를 받게 되는데, 이때 ‘의료비’는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엘록타’는 기존 치료제에 비해 긴 반감기를 갖고 있어, 복지부와 의료인들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을 의식 듯, ‘약가’를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기사이다. ‘신중하게’라는 뜻은 ‘서둘러 고시하지 말라’는 정부 압박용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엘록타’가 서둘러 출시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의 움직임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혈우사회에서 미디어를 이용한 홍보 전략을 분석해 보면, 혈우병과 전혀 관계가 없는 언론매체를 통해 한 두개 정도씩 기사를 낸 후 혈우사회 동향을 살피거나, 동시간 때에 다수의 언론을 이용해 유사한 기사를 쏟아 내거나 하는 방법으로 홍보전략을 짜고 있다.

예를 들자면, <SK케미칼>의 혈우병 관련 보도는 지난 15일 다수의 언론사와 통신사를 통해 “SK케미칼 혈우병 치료제 유럽 판매 승인 '초읽기'”라는 제하의 기사가 릴리즈됐다.

△ 포털뉴스 검색 노출화면…‘SK케미칼’ ‘혈우병’ 중복검색

이 기사들은 같은 날 같은 취지를 담아 다수의 언론사를 통해 배포된 것이다. 이런 경우는 해당 업체에서 진행한 홍보(정보)성 기사라고 생각하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닐 것이다.

다른 제품은 접어두고라도, 혈우병 관련 정보는 국내 혈우사회 의료전문가의 발언이 담긴 기사에 높은 신뢰가 있다. 또한 한국혈우재단(이사장 황태주), 한국코헴회(회장 박정서) 또는 혈우병전문 매체인 <헤모필리아라이프> 등과 같은 혈우병 전문보도 매체의 기사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자,

22일자 기사에서 엘록타의 ‘의료비 상승’에 대한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보자.

△11월 22일 자 <헬스코리아뉴스> 기사 “혈우병 A 치료제 ‘엘록타’ 국내 도입 시 의료비 상승”

기사는 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서 “반감기가 길다는 장점은 오히려 투여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발생해 비용·효과 측면에서 비효율 적일 수 있다”라고 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다. 반감기가 길면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취지의 발언인데, 일반적으로 혈우병 환자가 2-3일에 한 번씩 기존치료제로 예방요법을 할 경우에 발생하는 비용과, ‘엘록타’를 이용해서 3=5일 간격으로 예방요법을 할 경우 단위당 약가는 ‘엘록타’가 높게 책정된다고 해도 총 치료비 합산 부분에서는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아직 약가가 결정되기 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산출 할 수는 없지만, 당연히 롱액팅 치료제의 단위당 약가는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혈우병 환자들의 전반적인 의료비가 상승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사에서 지적하고 있는 또다른 문제점도 살펴보자.

△11월 22일 자 <헬스코리아뉴스> 기사 “혈우병 A 치료제 ‘엘록타’ 국내 도입 시 의료비 상승”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다. ‘장기적인 부작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부분인데, 신약을 놓고 어떻게 장기적인 부작용이야기를 꺼냈는지 모르겠다. 아울러 임산부와 모유수유 등에 대해서도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혈우병의 특성을 알고 이같은 지적이 나온 것 일까? 이 부분의 핵심은 바로 ‘임상’이라는 것이다. 즉, 임상을 하라는 것이고, 임상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시판허가가 늦어지므로 ‘출시가 늦어질 것’이라는 셈법이 숨어있다.

물론 임상은 중요하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많은 치료제들이 임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 현실을 즉시 할 필요가 있다. 현존하는 국내 혈우병 치료제들이 국내임상을 모두 거쳤을까? 이미 EMEA FDA에서 시판 허가까지 받아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라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필자는 임상에 대한 필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이제 마무리를 해보자. 이 글에서 중요한 시사점은 롱액팅 치료제 ‘엘록타’의 국내 출시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엘록타’가 출시될 때, 마케팅 전략은 과연 어떻게 수립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져본다. 롱액팅 치료제를 준비하고 있는 다수의 제약회사들 중 어느 업체가 가장 먼저 국내 혈우사회에 뛰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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