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언론노조와 민변, 민주노총 등의 단체들이 모여 만든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가 13일 KBS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자 16인 추천 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공추위는 자신들이 확정한 이사 추천 명단을 최대한 반영해달라고 요구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측 의원들은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추위 구성, 이사 후보자 확정 및 방통위에 접수 야당 정치권 압박의 순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간사)을 비롯해 전병헌·송호창·최민희·최원식 의원과 공추위, 전국언론노동조합 공동주최로 <바람직한 공영방송이사 선임을 위한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한겨레신문 출신 언론노조 김동훈 수석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에는 최민희 의원과 방통위 김재홍 상임위원, 공추위 유선영 공동대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정문자 공동대표,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 언론노조 KBS본부 권오훈 본부장, 언론노조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 언론노조 EBS지부 홍정배 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공추위 공동대표 “공추위는 가장 합리적이고 정상적 대안을 제시하는 조직” 정말일까?

공추위 공동대표 유선영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은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의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회장은 공추위의 장기적 목표로 “정치종속적인 공영방송지배구조를 개선해 정부와 대통령, 정당이 과점하고 있는 이사선임권한의 일부를 시민사회가 양도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 회장은 “방통위가 이사후보 추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공추위”라며 “방통위는 단독으로 후보추천을 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가 포함된 독립적인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추천위원회에서 이사 추천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추위가 임의조직인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주의체제 속에서 공영방송을 국민의 상식과 양식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조직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공추위에 참여하고 있는 20개 단체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하기보다 특정 이념·정파·진영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단체들이다. 

공추위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한국진보연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한국작가회의,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인권센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이다.

유 회장은 공추위가 마치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 것처럼 발언했지만 반쪽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야당 정치세력에 대한 언론노조 진영의 영향력 강화 의지로 풀이된다.

유 회장은 또 새정치민주연합에 “기득권을 먼저 포기하고 양도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준다면 그것이 새누리당이나 정부에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야당 권력을 언론노조 진영에 내놓으라는 압박 발언인 셈이다.

▲ 인터넷 매체 비평 웹진, 미디어스 관련 기사 캡처 이미지

새정치연합 “언론노조 진영 요구 반영 위해 최선 다하겠다” 불안한 공영방송

이 같은 공추위의 입장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대로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추천 방통위원은 “지침을 받지 않겠으나 소통은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으로 볼 때 공추위가 발표한 명단에서 상당수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언론노조 진영은 KBS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사 후보자들을 추천했고, 그 가운데 야당 몫의 4명 중 3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이런 전례로 볼 때 KBS 안팎의 반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언론노조 진영의 추천명단에서 이사 후보자들을 고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선임된 야당 추천 이사들은 공영방송 이슈에 있어서 개인 소신을 피력하기보다 언론노조와 야당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게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민희 의원 역시 공추위에 참여한 민언련 사무총장 출신으로 언론노조 진영의 요구를 야당 정치권에 적극 반영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공추위의 정당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하지만 공개적으로 시민사회에 몫을 양도하라고 했는데 그것은 절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다만, 좋은 분을 추천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분을 받을 자세가 돼 있다. 원내대표단 역시 시민사회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와 야당은 이미 한 몸이나 다름없어”

방통위 김재홍 상임위원은 그 가운데서도 투쟁력이 강한 강경파 인사를 선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처음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왔던 ‘야당 몫’을 인정하고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안 되면 다수결로 갈지도 모르겠으나 일정한 기준과 역량을 가진 분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수이다 보니 소통과 설득력도 중요하지 논쟁력, 철저한 원칙을 가지고 싸워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또, 실무능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앞두고 이처럼 언론노조 진영과 야당이 함께 간담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김승근 미디어내일 공동대표 겸 시사미디어비평가는 “언론노조와 야당의 뜻이 다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좌파진영 시민단체 인사들이 야당 정치권에 포진해 있고 이미 야당과 좌파진영 단체들은 한 몸이나 다름없다. 누가 봐도 같은 편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다름없지만 공추위 구성이나 이런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은 형식상이라도 명분을 취하려는 이유 때문”이라며 “그러나 언론노조와 야당이 이렇듯 한 몸처럼 되어가는 현상으로 인해 국민의 바램인 공영방송의 정치중립은 더욱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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