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인권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작 예산 편성 항목에서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시민단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6일 인권위의 올해 세출 예산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요 사업비 예산은 지난해 46억원보다 2억 1000만원 증가한 48억 1000만원으로, 이 중 북한 인권 예산은 2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3억 3100만원보다 1억 3100만원 감소한 액수로, 인권위는 애초 3억1300만원을 요구했으나 정부의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삭감됐다.

실제 예산을 삭감한 것은 정부지만 지난해 예산보다 줄여서 올린 인권위의 의지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나머지 사업예산은 전부 증가하거나 동결됐는데 유독 북한인권 예산만 이렇게 줄어든 이유와 책임은 우선 인권위 자체에 있다”며, “인권위부터 작년보다 1800만원 줄여 요청했으니 스스로 삭감을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인간의 보편적인 인권에도 사안의 경중이 있고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라며, “올해 북한이 후계체제 확립을 위해 수용소 정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북한 인권 예산을 확 줄인 것은 가당치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는 북한주민의 인권을 회복시킬 때에만 가능하다”며, “정부도 G20 개최국답게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민주당도 2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북한인권법 제정에 동참해야 한다”며 “인권을 도외시하면서 무슨 낯으로 ‘진보’의 탈을 쓰려하는가”라고 힐난했다.

 
또한, 지난해 ‘북한인권 및 탈북자·납북자 위원회’(위원장 이은재 의원)를 당내에 구성하고 ‘무장공비’ 출신의 김신조 목사를 고문으로 임명하는 등 북한 인권을 강조하던 한나라당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이날 <독립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납북자 가족의 피해자 입장에서 참 서글픈 소식”이라며, “미국과 일본도 처리한 북한인권법을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아직도 방치하고 있는데 행동 안 하고 보여주기만을 위한 정치는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출신 탈북자들의 모임인 북한인민해방전선의 장세율 사무총장도 “북한에서 살던 사람의 입장에서 모욕적이고 속상한 일”이라며,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은 북한에 퍼주자는 예산도 아니고 북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예산인데 이것을 줄이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장 사무총장은 “안보·이념 등 모든 것을 다 떠나 한민족·한동포라는 시각에서의 접근이 (결여된 것이) 아쉽다”면서, “조만간 집회나 성명 등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봉철 기자 (bck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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