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40년 동안 새아버지로부터 "데려온 자식"이라며 구박을 받는 등 이복형제 사이에서 차별을 받아온 40대 남성이 홧김에 계부를 살해했다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46)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1심은 박씨 범행에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법률상 살인죄에 내릴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며 "피고인이 장기간 누적된 울분 때문에 범행했고, 범행 직후 119에 신고해 사실을 알렸으며 경찰에서도 숨김없이 진술했다"며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어머니와 형제들 모두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형량을 늘렸다. 사정은 안타깝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소중한 생명을 잃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이상 그 행위 및 결과에 상응하는 적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올해 2월 자택에서 동생과 다투던 중 새아버지가 리모컨으로 머리를 때리면서 "데려온 자식이 왜 내 자식을 때리느냐"라고 말하자 순간적으로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발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1977년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가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 어릴 때부터 노동 일을 하면서 4명의 동생을 포함한 가족 6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는 14세인 1985년에야 동생보다도 늦게 출생신고가 되는 등 계부의 차별 대우를 받았고,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새아버지로부터 수시로 "너는 데려온 자식"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는 동안 쌓인 불만이 폭발해 순간적으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