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미국 정부가 내달 말부터 미국인의 북한 여행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모든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 전면금지 조치를 승인했다고 헤더 노어트 대변인이 전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의 법 집행 체계에서 심각한 체포 위험과 장기간 구금에 대한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틸러슨 장관이 미국 시민권자의 여권을 사용해 북한을 경유하거나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리적 여행 규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여행 금지 조치가) 발효되면 북한을 경유하거나 입국할 때 미국 여권은 유효하지 않다"며 "인도적 목적 등의 사유로 북한을 방문하려는 경우는 시효가 제한된 특별여권을 통해서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 웜비어 방북 주선여행사 "미국정부, 북한여행 금지명령 27일 발표"미국 정부가 27일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여행사인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oung Pioneer Tours)는 21일(현지시간) 자사 트위터에 "우리 여행사는 미국 당국이 이달 27일 북한 여행 금지명령을 발표한다는 것을 통보받았다"며 "이 명령은 이날부터 30일 후 발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 파이오니스 투어스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이 조치는 8월 말부터 정식 발효될 예정이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벌금 또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에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웜비어는 작년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달 13일 전격 석방돼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엿새 만에 사망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외국인의 북한 여행이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 중 하나인 관광 사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숫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 웜비어 사망 한 달, 미국인 북 관광 알선재개북한에서 혼수상태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의 사망을 계기로 미국인에 대한 북한관광 알선을 중단했던 여행사들이 한 달도 안 돼 이를 재개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9일 보도했다. RFA는 이메일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북한관광 알선 중단 방침을 밝힌 여행사들 10여 곳 대부분이 미국인에 대한 북한관광상품 판매를 재개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사진은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북한관광 사진들. [인스타그램 캡처·RFA 제공=연합뉴스]

지난 5월 '북한여행통제법'을 공동발의했던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하는 서양인 4천∼5천 명 중 미국인은 수백 명 수준이다.

북한전문 여행사인 고려여행사 관계자는 매년 800∼1천명 수준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국무부는 그동안 북한 여행 경보를 정기적으로 발령해왔지만,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미국은 1967년부터 알제리, 이라크, 레바논, 리비아, 수단, 쿠바, 북베트남 등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를 시행한 적은 있지만, 현재 이 조치를 적용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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