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개헌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설 연휴 뒤인 내달 8일부터 10일까지로 연기함에 따라 당내 찬반세력간 갈등이 서서히 달아오를 전망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개헌의총 연기에 대해 구제역 사태 및 의원들의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실제론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친이계는 본격적인 개헌추진을 위해 필수적인 공감대 형성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앞서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친이계 40여명이 모여 의총에서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나, 개헌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친박계 및 소장파 상당수가 불참의사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도부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는 당초 이번 개헌의총에 참석할 의원수를 100여명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으나 참석인원이 50여명에 불과하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이재오 특임장관은 최근 친박계와 일부 소장파의 개헌논의 반대주장에 맞서 한 토론회에 참석, “헌법은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전제한 뒤 “개인소득 3,300달러할 때 만들어진 현행헌법은 20년전의 낡은 옷에 불과하다”고 개헌론의 당위성을 역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한 최고위원은 “당론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개헌의총을 열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개헌반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는데, 정가에선 내달 의총이 친이-친박간 계파갈등이 확연했던 ‘新세종시법’ 입법무산으로 이어진 과거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 와중에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당정청 수뇌부 회동에서 개헌관련 논의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가 개헌 불개입이란 원칙론을 새삼 강조하고 의총 일정까지 미뤄져 친이진영 일각에선 아직 개헌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정가 관계자는 “한 때 물 건너간 것으로 보였던 개헌론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에 따른 권력분산 필요성이 대두되는데 따른 것”이라면서도 “개헌추진 동력이 확보돼있느냐는 별개문제인 것 같다”고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의중과 이 장관을 중심으로 친이계가 결집하고 있기는 하지만 친박계와 일부 소장파의 반대주장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단기간 이뤄질지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 의총일정이 연기된 배경은 개헌 찬성세력의 결집이 가시화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실리적인 차원의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권의 향배를 결정해온 설 민심을 감안해 개헌론의 당위성을 전파하려는 당내 주류세력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를 반증하듯 여권의 한 개헌 찬성론자는 “23일 당정청 수뇌부 회동에서 대통령의 개헌 관련 메시지가 당 수뇌부에 확실히 전달된 것”이라며 “그동안 이재오 장관 혼자 나서는 듯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앞으로 친이계 및 주류세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 역시 “의총에서 친이계의 출석이 부진하거나 논의에서 맥 빠지면 개헌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 힘을 비축한 다음 제대로 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 대통령의 의중을 안 대표 등 지도부가 친이계 의원들에 전파하려면 시간이 필요치 않느냐”고 강조했다.

따라서 내달 열릴 개헌의총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은 당장 설 민심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지만 해묵은 친이-친박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송현섭 기자 21cshs@frontier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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